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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ㅣ 이타카
김이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7살의 정우는 참 작고 로봇을 소중하게 가지고 놀던 아이였다. 어느 더운 여름날, 집으로 가는 도중에 로봇이 말을걸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로봇이 느닷없이 나타난 검은 고양이와 말다툼을 하는 도중, 하얀 풍선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손을 댄 정우는 꿈의 세계로 가게 된다. 하지만 아직 올때가 아니였다는 돌로 된 남자의 말에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이 잊혀질 때쯤 자살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혔던 17살의 정우는 다시 한번 꿈의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이제 그 곳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기 위한 정우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생각해보면 그것은 참 익숙한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같은 정류장에 내려 내가 지나왔던 길들을 따라걷다 보면 집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꿈의 세계는 정우에게 호락호락하게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낯설기도 했고 험난하기도 했으며, 여러 관문들이 버티고 서 있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때로는 용기가, 때로는 지혜가, 때로는 결단력과 끈기,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파란만장 하기도 했지만 꿈의 세계는 꼭 방문해 보고 싶은 멋진 곳이기도 했다. 하얀 공, 딱지가 가득 쌓여있는 지하실, 씨앗마을,주사위 모양의 건물들, 유리배등 한번 쯤은 상상해 보는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한 곳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어린 시절의 나도 그곳을 다녀오지는 않았을까, 나는 과연 그곳을 잘 헤쳐 지금을 살아가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정말로 어느 새로운 차원에 존재하고 있었으면 하는 공간이었다.
그런 꿈의 세계의 여러단계들을 거쳐 점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가는 정우의 여정을 보면서 그것은 하나의 성장통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될 때 버리고 가는 기억의 파편들로 이루어진 곳, 힘들지만 모든 아이들이 지나쳐야 하는 곳, 그곳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잘 찾아가야 가치가 있는 어른이 되는 그곳에서의 여정은 이후의 나를 더 크고 단단한 '어른'을 만드는 하나의 때로는 아프고 힘든 통과의례인 셈이라고..또한 그곳은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여러 일들을 미리 경험해 보고 극복할 힘을 주는 인생의 축소판 같은 곳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곳이 어떤 곳이든 그곳에서의 여정을 무사히 끝낸 정우가 깨달은 '삶'에 관한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슬플때도 행복할때도 있지만 내가 삶을 살아가기로 선택했고 주체가 나였음을 잊지않았다는 정우의 말을 들으며 '참 꿈의 세계 여행을 잘 했구나' 하고 토닥이며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거쳐 마음이 튼튼한 어른이 된 것만 같은 그와 만날 수 있어서, 그가 잊지 않고 간직하며 살아가는 꿈의 세계에서의 이야기와 만날 수 있어서 참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