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속에는 쪽빛 치마를 곱게 차려입고 슬픈눈빛이 아련한, 툭 건드리면 눈물 한방울이 도르르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이 있다. 이 아련한 눈빛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으니 나까지 슬퍼져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표정을 짓고 있냐고 자꾸만 물어보고 싶어진다. 그녀는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사실 책을 읽기전에 그녀에 대해 아는것이 너무 없었다. 국사를 공부할 때 얼핏 그 이름을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 국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그저 여러 연도, 제도, 이름들과 함께 그 이름을 무심히 흘려버렸을 것이다. 기억해 줬어도 좋을 그녀의 이름과 삶, 아니 마땅히 알아야 했을 조선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이야기..이제라도 그녀와 그녀의 삶을 알게되어 다행이고, 그녀의 삶을 들여야 보니 그녀의 슬픈 표정을 이해할 것도 같다.

덕혜옹주는 1912년 고종과 궁녀인 양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귀한 신분에 총명하고 조선을 사랑했던 그녀지만 어쩔 수 없이 기모노를 입고 게다를 신고 일본인 학교에 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강제로 일본으로 가야마 했고, 1931년에는 원하지도 않는 일본인 소 다케유키와의 정략결혼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낳은 딸 정혜(마사에)는 어릴때는 덕혜를 잘 따랐지만, 점점 조선인의 피가 섞였다는 친구들의 놀림에 그녀를 멀리 하고 만다. 점점 더 건강이 쇠약해 지고, 정신적으로도 약해졌던 그녀를 남편인 다케유키는 정신병원에 데려다 놓았고 거기서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이후 조국이 해방되고, 신문기자였던 김을한의 노력으로 1962년에 조국에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1989년 4월 76세의 나이로 낙선재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그녀는 여자로서도, 아내로서도, 어머니로서도, 고귀한 황족이라는 신분으로서도 행복하지 못했다. 오히려 평범한 백성들 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 그저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가 계신 조선이라는 아름다운 땅에서 조선인으로서 살고 싶었을 뿐인데..그 소박하고 작은 자유하나, 행복하나 허락되지 못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부부의 연을 맺을 수도 없었고, 자신이 낳은 딸에게도 철저히 외면 당했다. 그녀는 나라를 잃고 남편과 딸을 잃은, 참 외롭고 외로운 가련한 여인일 뿐이었다. 황족의 고귀함과 삶의 풍요로움을 그녀에게선 찾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치하에 있었다는 사실도 핍박받으며 모질게 살았다는 역사적인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한 사람의 이야기로 그 때를 다시 만나니 더욱 더 그 때의 일들이 생생하게 와 닿는 것 같았다. 우리는 왜 이런 세월들을 견뎌야 했는지, 나라를 빼앗긴 슬픈 이들에게 이렇게 무참히 아픈일들이 이어져야만 했는지 화가 나기도 한다. 새삼스레 아픈 사실에 울컥하게 되고 조금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생기기도 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라고 단순히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 슬프고 아팠다.

그녀가 차라리 평범한 여인이었다면, 패망해 가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가 아니었다면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황녀라는 신분은 떼어버리고 오롯히 덕혜라는 여인으로서 사랑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부디 아픈 기억은 훌훌털어버리고 그녀가 좋아했던 창덕궁 낙선재에서의 행복한 기억들만 가지고 저 세상에서는 고단했던 몸과 마음을 편안히 뉘였으면 한다. 책을 덮으면서 마음속에 아련히 남는 덕헤의 글 하나...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 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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