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스며드는 아침 - 제13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양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의 주인공 하오위엔은 고향 친구인 즈창과 함께 친한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들은 어느 날 문학살롱의 모임에서 부정부패 타도를 위해 대학생들이 천안문광장에서 집회를 가진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하오위엔과 친구들도 집회에 참석하게 된다. 집회에 참여하며 무언가가 바뀌길 바라지만 쉽지가 않고, 무력 진압들에 의해 다시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하게 된다.

그 이후,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는 바람에 하오위엔은 즈창, 판량과 함께 퇴학 처분을 받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어 노동자로 전락한 그는 몇년 뒤 일본인 잔류 고아 2세인 우메와 결혼하고 일본으로 가서 살게 된다. 아이를 낳고 일본에 살면서도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놓을 수 없었던 그는 일본의 민주동지회에 가입하기도 하며 먼곳에서도 그렇게 중국을 위해서 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안문사태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라고 생각 했었는데, 천안문 사태의 이야기 보다는 그저 그 사건에 가담했었던 한 청년의 인생 이야기 라는 편이 더 알맞을 것 같다. 청춘도 있고, 우정도 있고, 사랑도 있고, 가족애도 있는 여느 사람들과 똑같은 인생 이야기다. 그저 역사 속 중요한 사건에 가담 했었다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넘쳐났었던 청년 이었다는 사실만이 조금 다를 뿐이다.  

초반에는 그저 민주화를 향한 청년의 혈기가 불끈불끈 느껴 졌다면, 후반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아이를 키우며 살며 고향을 그리워 하는 듯한, 그때의 사람들을 그리워 하는 듯한 애잔함이 살며시 묻어나오는 듯한 느낌이 느껴졌다. 살기 위해, 자신의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일본어를 배워야 하고 일본에서 살아가면서도 고향인 중국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사는 하오위엔의 이야기. 이야기는 잔잔하고 담담하게 흘러가고 많은 사상자를 내고 중국에서도 주요한 사건인 천안문 사태를 너무 정치적이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게 살짝 느껴보게 해줄 수 있게 해 준다.

이 소설은 어떻게 보면 양이의 자전적인 소설 이며, 자신을 하오위엔과 동일시 해서 썼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버지가 농촌으로 하방당한 일이나, 지금의 자신이 일본에 가서 살고 있다는 점등은 하오위엔의 삶과 너무나 비슷하다. 그녀도 하오위엔 처럼 여전히 중국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87년에 일본으로 건너간 그녀는 일시적으로 중국에 귀국했을 때, 천안문 사태를 목격했다고 한다. 직접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참여하지는 못했겠지만 그녀는 이후의 중국의 변화를 밖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천안문 사태를 통해 우리 중국인은 무엇을 체험하고 무엇을 생각했으며 어떻게 성장했는지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일본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작가로서를 처음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는 양이. 앞으로 그녀가 또 어떠한 중국적 색채를 가진 소설들로 찾아올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