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날‘들인 작가이다. 술을 안마시는 나의 시선을 보자면, 술을 마시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것인지 사람이 좋아서 술을 마시는것인지 정확히는 알수없지만, 주변의 술꾼 들을 보면 술을 마시기 위해 건수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 보였다. 곧 60세에 가까워지는 정지아 작가의 에세이. 정작가의 삶을 조금은 볼수있어서 좋았다.

나의 삶은 너무나 무난하다. 우리회사는 버라이어티 하다. 회사가 너무 버라이어티 해서 내 생활이라도 조용하게 지내고 싶어해서 무난한 생활을 보내려 하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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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사슬로부터 해방된 초원의 단 하루 中>

아프리카 초원 어딘가 거대한 야생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사과가 고온건조한 기후로 발효되어 사과주로 익어간다. 마침맞게 술이 익은날, 코끼리와 사자가 사과를 주워먹고 취해서 저희끼리 부딪혀 나뒹군다. 그때쯤 먼 데서 망을 보던 영양, 얼룩망, 원숭이들이 우- 하고 사과나무를 향해 돌진한다. 알코올이 동물들의 몸을 적셔서 먹이사슬들의 아랫것과 최상위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잠이 들다 아침이 되서 깬다.끔벅 끔벅, 대체 여기가 어딘지 주변을 돌아보던 사자와 코끼리의 시선이 마주친다. 씨발, 좆됐다. 인간의 언어로 해석하자면 그쯤일 눈빛으로 둘은 황망히 시선을 피한다. 술에 취해 처음본 사람과 원나잇을 한 남녀처럼.
먹이사슬로부터 해방된 초원의 단 하루, 이것이 술의 힘이다. 최초로 술을 받아들이 우리의 조상도 아프라카 초원의 저 동물들과 다를바 없었을 것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해방의 하루. 숙취의 고통을 알면서도, 술 깬 직후의 겸연쩍음을 알면서도, 동물들은 그날의 해방감을 잊을 수 없어 또다시 몰려드는 것일 테다.
술은 스트레스를 지우고 신분을 지우고 저 자신의 한계도 지워, 원숭이가 사자의 대가리를 밟고 날아오르듯, 우리를 날아오르게 한다. 깨고 나면 또다시 비루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잠시라도 해방되었는데! 잠시라도 흥겨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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