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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자가 된 아이 ㅣ 푸른숲 역사 동화 3
김남중 지음, 김주경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월
평점 :
전쟁터에서 갑옷을 입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서 칼을 빼들고 비장한 표정을 짓는 소년의 모습이 칼을 통해 비춰집니다.
'첩자가 된 아이 (김남중 글, 김주경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모임 감수, 푸른숲주니어 펴냄)'는
푸른숲 주니어에서 나온 역사 동화책이에요.
13세기 고려가 몽골에 대항하여 최후까지 항쟁한 진도를 배경으로 삼별초 항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삼별초 장군인 배중손의 딸 선유, 해남에서 나고 자란 평범한 소년 송진,
훌륭한 전사가 되고 싶은 몽골 소년 테무게라는 12~13살 또래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첩자가 된 아이'라는 제목은.. 왜, 무엇때문에, 어쩌다 이 어린 나이에 첩자가 되었는지 궁금증을 갖게 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삼벌초 항쟁' 을 배우게 될 초등 5학년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고,
아이들은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좀 더 재미있게, 실감나게 읽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중간첩이 되어 버린 열세 살 송진이의 전쟁 이야기
작가는 몽골군을 무조건 나쁜 사람, 삼별초를 무조건 착한 사람들로 그리기보다,
그런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이 책을 읽을 아이들의 또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공감의 폭을 넓히지요.
이 책은 이렇듯 복잡다단한 역사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한다는데 큰 장점이 있습니다.
송진이 아버지는 아들 송진과 함께 화순 운준사에 부처님을 새기러 가다 몽골군을 만나 죽임을 당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만 송진이는 몽골군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고
마침 진도 침공을 앞둔 몽골군은 헤엄을 잘 치는 송진이를 몽골군 진영으로 데려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아버지를 죽인 원수 고려인 홍다구를 만나게 되어 복수할 기회를 엿보지만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몽골 소년 테무게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테무게는 송진이에게 주어진 임무, 즉 삼별초를 염탐하고 와서 볼모로 잡힌 송진이 어머지를 살리고
몽골로 가서 몽골군의 장수가 되자고 설득하지요.
결국, 송진이는 아버지의 원수지만 인질로 잡힌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몽골의 첩자가 됩니다.
당시 몽골은 칭기즈칸이 흩어져 있더 몽골 부족을 통일했고
항복한 나라에서 바친 공물과 전리품으로 카라코룸의 양털 천막은 세계의 보물로 가득차
테무게는 젖먹이 때부터 세계 최강 몽골 군대의 전쟁 이야기를 듣고 자랐지요.
그리고 자신도 많은 나라를 정복하는 몽골군의 위대한 장군이 되길 꿈꿨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했고, 스스로 강해질 수 없다면 강한 쪽에 서는 것도 방법이라며
나라를 저버리고 몽골 장수가 된 고려인 홍다구..
고려 왕의 조카인 영녕공의 두 아들 희와 옹, 그리고 몽골 장수가 되어버린 많은 고려 장수들..
반면 나라를 위해 끝까지 목숨걸고 삼벌초를 꾸려 나갔던 선유의 아버의 배중손,
삼십 년이 넘게 백정, 승려, 노비와 천민들이 몽골군에 맞서 고려를 지킨 삼별초야 말로
고려의 진정한 군대, 백성의 군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으며,
새로운 고려를 위해 몽골에 맞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라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기 바빴던 왕과 신하들은 나라를 다스릴 힘이 없어
스스로 몽골편이 되어버리고 그런 고려 조정을 거부하는 수많은 백성과 삼벌초 군사들은
치열하게 저항했지만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저버리게 됩니다.
삼별초 항쟁을 이렇게 각기 입장에서 다른 여러 시각으로 나누어 읽어보니
각 주인공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상황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네요.
역사적 배경에는 늘 자기의 이익을 위해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결국 남은건 무고한, 힘없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따르게 되고..
과거 역사나 지금의 역사나.... 피만 덜 흘렸을 뿐이지,
크게 다른 게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쓸씁하기까지 하네요.
책 속 송진의 말이 떠오릅니다.
'고려가 강했다면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았을까?
약했기 때문에 당하고만 있는 거 아닐까?
강한 게 나쁜 게 아니라 약한 게 나쁜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