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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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메라>라는 말은 실현할 수 없는 것,
유토피아, 무모한 꿈, 환상과도 동의어가 됐어. ”p77

혼종(인간 유전자와 특정 동물 유전자를 배합한 새로운 종)을 연구하던 과학자 알리스는 아직 시작 단계의 혼종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대중의 반감을 사고, 연구 중단 위기를 피하고자 우주 상의 ISS 연구 기지로 도망치듯 떠난다.

그 곳에서의 평온함도 잠시, 남겨진 지구에서는 제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이 파멸적인 핵전쟁 후 극소수 인간만 생존한 지구로 어렵게 다시 돌아오게 된다.

인간 사피엔스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자 알리스는 지금이 바로 자신의 연구 결과인 혼종들이 번성시킬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하이브리드 신인류 3종,
/ 인간과 박쥐의 혼종, 에어리얼(헤르메스)
/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 노틱(포세이돈)
/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 디거(하데스)
가 남겨진 인간들과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신인류라는 이 혼종들 또한 반은 인간의 기질을 타고났다는 것이 어쩌면 끝나지 않는 저주의 시작일지 모른다. 이전과는 다른 시대를 열고자 했던 알리스의 의도와는 달리, 신인류에게서도 지극히 사피엔스적인 결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그들이 과연 이 혼란한 지구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궁속으로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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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학창시절 처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었던 것 같다. 나의 입문작은 #타나토노트 ! 인간의 사후 세계, 죽음 이후의 정신 세계에 대한 묘사와 그의 세계관이 뚜렷했던 작품으로 그 때 당시에도 이런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고 글로 풀어낸다는 점이 무척 충격적이었다. 세월이 이만큼 흐르고 이제는 내가 그의 나이가 되어 읽어보니 기발한 상상력과 인간 내면에 대한 도덕적 성찰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듯 했다.

다만 이제 나도 머리가 커서(?) 이렇게 뚝딱! 하면 혼종이 만들어지고, 뚝딱! 하면 우주로 날아가고, 뚝딱! 하면 그 혼종 144개체를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등의 과정이 이렇게 쉽게 된다고? 하는 의문이 든건 사실이다. 그래도 소설이니까, 뭐든 뚝딱! 되는 덕분에 스토리가 지루할 틈이 없이 흘러갔다.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실 혼종도, 혼종간의 사랑도 아니고, 혼종이 다시금 인간처럼 물들어가는 현상도 아니었다. 멸망한 줄 알았던 인류가 지하 세계에서 ‘클럽 메드’를 만들어놓고 음악에 맞춰 파티를 하고 있다니.. 권력계층이 미리 대비해둔 지하 벙커에 새롭게 펼쳐진 세상은 YOLO 그 잡채.. 뭔가 허망한 인간의 종말을 본 것 같아 뒷 맛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재미는 있다. 거침없이 술술 읽히고 기발한 상상력은 다시 한 번 ‘베르베르 형님’이 건재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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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메아리라는 거야. 메아리는 삶에서 우리 태도의 영향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은유이기도 하단다. 보내는 대로 돌아오는 거야. 두려움을 보내면, 네게도 두려움이 오지. 불신을 보내면 너도 불신을 받아. 모욕을 보내면 네게도 모욕이 돌아와. 사랑을 보내면 너도 사랑을 받지. 우주는 네가 보낸 것을 언제나 되돌려주는 거울처럼 돌아간단다. (1) 251

폭력과 파괴 속을 나아가는 것 역시 진화의 흐름이야. 모든 것을 극복하고 살아남는 자가 계속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고… (1) 254

어쩌면 위대한 사유란 그것일지 몰라. 지나간 실수를 두고 자기 연민에 빠지는 대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2)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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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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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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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없는작가 #다와다요코 🖌️

다와다 요코에게 글쓰기란, 경계를 넘나들며 쓰는 과정에서
한 언어에 얽매인 사고를 풀어내고, 다양한 언어와 문화
그리고 사유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게 ‘영혼이 없다’는 말은 나의 단편적인 상상을 넘어선 또 다른 차원으로의 여행 같았다. 말 그대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영혼은 ‘언어’라는 날개를 달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멀리 떠나곤 한다. 어쩌면 그것을 어떤 상상속에 빠지는, 물리적으로는 책상에 앉아 있지만 나의 영혼은 낯선 단어들 사이를 유영하고 그 안에서 의미의 씨앗을 찾아 부지런지 ‘글’이라는 나무를 키워가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시간동안 내 영혼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영혼이 없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영혼’에 대한 정의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고유의 원본 텍스트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저장된 곳이 영혼이다. 그리고 원본 텍스트는 누군가의 번역을 거치지 않고서는 타인에게 가닿을 수 없다. 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나 자신의 번역가가 되어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를 골라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은 전적으로 혼자만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이고 지극한 외로움이다. ‘어머니 조차 없는’ 외로움의 상태 속에서 결국은 나를 떠나버릴 언어를 찾는 일.
그렇게 홀로 남겨질 영혼일지라도, 인간은 늘 언어를 곁에 두려 한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말을 찾고, 또 다른 나를 대변할 새로운 의미를 찾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 남겨진 나는 나의 삶을 살고,
내가 떠나보낸 언어, 즉 나의 글은 그 글의 삶을 산다.
나의 운명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의 날개를 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마음에 내려앉고,
‘아로 새겨지며’ 그의 삶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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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태어날 때 고유한 원본 텍스트가 주어진다는 기본 생각에서 출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이 원본 텍스트가 보존되는 장소를 영혼이라고 부른다. 54

영혼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동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근사한 상상이다. 이 영혼은 그 사람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사람은 영혼이 무엇을 경험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사람과 그의 영혼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존재한다. 샤먼이 자신의 영혼과 함께 살아가듯, 나는 “나의 영혼”이라고 부르는 사람과 같이 삶을 살고 싶다. 나는 내 영혼을 보지도 못하고 내 영혼과 이야기를 할 수도 없겠지만, 내가 겪고 쓰는 모든 것은 영혼의 삶과 부합한다. 나는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내 영혼은 항상 어딘가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57

*어머니조차없이외로이 (전적으로 혼자)
영혼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어머니다. 왜냐하면 영혼은 많은 단어들을 낳지만 혼자 죽기 때문이다. 영혼이 죽어도 단어들은 슬퍼하지조차 않는다. 영혼은 언어 없이 완전히 홀로 죽어야 하는 것이다.
외로움은 영혼의 어머니다. 어떤 사람이 외롭다고 느끼면 바로 혼자서 말하기를 시도한다. 그때 그는 언제나 자기 말을 들어주는 어떤 인물을 상상한다. 이 인물을 영혼이라 부르는 것 같다.
어머니는 외로움의 영혼이다. 167

+ 분명 쉽게 이해되는 글은 아니었지만 기록하고 남겨두고 싶은 사유의 잔상들이 많았다. 술술 읽히는 스타일은 아니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떠오르기도 했고. 다와다 요코의 작품을 읽어봤다면 이 책은 ‘필독서’이다. 분명 그녀의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고 말 그대로 ‘허를 찌르는 순간’은 갑갑했던 사고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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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이 텍스트를 번역하게 되면, 나는 그 안에서 음악을 만나고 싶을 것이다. 음악은 바흐와 버르토크처럼 사실 이미 여기에 있지만, 번역 속에서 다시 한 번 만나야 한다. 커다란 우회로를 거쳐서, 사전의 도움을 받아, 그리고 대화와 꿈을 통해서. 이렇게 번역의 커다란 우회로를 거쳐, 나는 마법과 같은 시의 비가독성을 다시 만나고 싶어질 것이다.
p219, 글자들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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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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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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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있나요? p58, #디어올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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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았다, 뜬다.
눈 앞에는 사소하고 다정한 세상이 펼쳐져있다. 침대 발치 너머로 보이는 책장, 그 안을 채우고 있는 형형색색의 책들, 문 밖으로 보이는 거실 풍경, 가깝고도 먼 거리에 사물이 빼곡하고 나는 그 거리를 가늠한다. 하지만 입체맹(입체로 볼 수 없는 것)으로 40여년을 살아온 ‘수전 배리’의 눈에는 이 평범한 풍경 조차도 어수선하고 납작한 2차원의 종이 인형같은 세상에 불과했다.

신경과학자 수전 배리는 어릴 때 사시 교정 수술을 받았으나, 48세에 시력 훈련을 받고서야 난생 처음 입체시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이 경이로운 시각적 모험을 글로 써서 올리버 색스에게 보내면서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이 싹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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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발걸음이 우편함 앞에 멈춰 설 때마다 만년의 우정이 한뼘씩 자라났다. 우리는 전부 합쳐서 150통이 넘는 편지를 썼고 마지막 편지는 올리버가 세상을 떠나기 삼 주 전에 주고 받았다.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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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스 박사에게 처음 편지를 보낼 때만 해도 그 둘이 십년 가까운 시간동안 서로를 끊임없이 독려하며 가치관과 일, 정체성에 이렇게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후에 그녀는 이것이 아주 사소했지만 그녀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색스박사 또한 특유의 깊은 공감과 통찰력있는 글로 끊임없이 그녀를 자극하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본인도 그녀의 케이스를 연구하며 학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책은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색스 박사와 수전 배리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그 길었던 지적 교류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으로 기적적으로 입체시를 얻은 뒤로 그녀는 어떤 것도 당연히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에게는 작고 평범한 변화일지라도 그녀의 삶에서 입체시는 거의 언제나 강렬하고도 반복적인 기쁨/경이의 원천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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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시로 세상을 보자 물체 사이의 공간이 손에 만져질 듯 뚜렷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 새로움이 무척이나 놀랍고 기뻤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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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적인 성과도 물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대화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각으로 확대되어 갔으며, 이즘부터 암이 재발하여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갔던 색스박사에게 이번에는 수전이 그를 응원하고 독려하며 그가 슬픔속에 가라앉지 않도록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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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는 이미 내 삶에서 끊임없이 자극과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흥미진진한 것을 접하거나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면 머릿속에서 나도 모르게 올리버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고, 이런 생각들 은 종종 실제 종이 위의 글로 흘러나오곤 했다.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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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체시를 되찾는다는 건 세상이 뒤바뀌는 경험일 것이다. 수전은 이런 극적인 변화를 목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서 한 순간도 허투루 흘러가도록 두지 않았다. 장애를 극복하며 힘들게 얻은 행복을 함께 나누려 했던 노력, 그녀와의 유대감을 통해 둘 만이 누렸던 남다른 기쁨과 깨달음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단지 편지라기보다
그 둘의 삶 자체라고 해야할 것이다.
“진정한 친구란 서로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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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극복하면 힘들게 얻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된답니다. 다른 사람들은 평범하다고 말하는 것이 여러분에게는 언제까지나 특별하게 느껴질 거예요!

추신. 입체시를 얻은 뒤로 입체시가 없을 때
세상이 어떻게 보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짧게 대답할게요. 세상은 납작해 보였습니다.
저는 여기에 있고 제가 보는 것은 전부 저기에 있는 것 같았어요. 나와 사물 사이의 공간을 눈으로 인식하거나 가늠하지 못했죠.

입체시가 생긴 지금은 제가 세상 속에 있는 느낌입니다.
빈 공간이 보이고, 손에 만져질 듯 뚜렷하게,
한층 생생하게 느껴져요!

여러분, 그러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기억하세요. 삶은 입체시로 볼 때 훨씬 낫다는 것을요.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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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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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덜어낼수록 더 단단해진다 - 『도덕경』이 건네는 비움의 철학
이길환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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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고, 낮아지고, 비워내며, 다시 채우는 삶 🌿

✔️노자의 『도덕경』
춘추 전국 시대 초나라 사람으로 도가의 창시자로 불린다. 노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도덕경』의 핵심 사상은 ‘인위를 가하지 않은 자연법칙을 따르는 것, 즉 무위자연 이다. 내달리듯 살아가는 인생에서 억지힘을 빼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삶 속으로 녹아드는 것이다.

자연 속에 녹아드는 삶이란,
난 이번 생은 틀린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움 보다는 다양한 자극에 그대로 노출된 채, 잔뜩 눈에 힘이 들어간 ‘나’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을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뒤쳐진 것 같고, 특출나게 잘 하는 능력이 없으니 이대로 나는 도태되고 말겠구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 ‘도태’라는 말은 꽤 오래 나를 붙잡아 왔음에도 정작 무엇으로 그 도태를 벗어나야 할지 알 길이 없어 더욱 막막할 뿐이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는 채로 하는 이 달리기를 멈출 길이 없다.

예측이 불가능한 삶 속에서 느끼는 불안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불안함을 노자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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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투성이이기에, 늘 불안합니다. 하지만 노자는 이런 불안한 삶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노자가 말하는 자연의 법칙을 받아들이면, 지금 불어닥친 광풍은 언젠가 순풍이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낮아지고 비워낸 마음에 희망을 채우면 됩니다. ” | 8

자연스러운 삶, 무위자연의 개념은 산 속으로 걸어들어가라는 뜻이 아니라, ‘인생의 자연스러움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며,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에 맞는 그 자리를 찾기 위해 무던하게 애쓰는 힘겨운 과정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어쩌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 부터 시작해야할 것이다.

“ 노자는 상선약수, 즉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 가장 낮은 곳에 머뭅니다. 물은 막히는 길을 만나면 에둘러 가거나, 잠시 고여 있다가 몸집을 키워 장애물을 넘습니다. 그렇게 물은 아래로, 아래로 흐릅니다. ” | 8

나 자신을 가장 낮은 곳에 두면 자연히 마음 속의 과한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부자연스러웠던 것들을 걸러내고 그 자리에 내가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얻은 삶의 지혜와 희망이라는 소소한 행복을 하나씩 채워간다.

노자의 사상을 따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학생 시절의 지식만으로 더듬더듬 책을 읽었지만 노자를 알아야 할 필요도 없이 그가 하고 있는 말은 내내 우리가 생각해왔던 삶의 조각들과 무척 닮아있었다. 어쩌면 잊고 있던 진실들 같았다.

✔️지나침을 멀리하고
✔️사치스러움을 경계하며
✔️교만함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나는 나를 최고로 내세우지 않을 것이며,
끝내는 완성되지 못할 그릇일지라도
미숙한 채로 이 삶과 균형을 이루며
나와 세상 사이의 간극을 조금씩 좁혀가자고
마음을 다독여본다.

‘삶은 늘 열린 결말’
정해진 것이 없기에 의미있는 삶이고 불확실하기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유연하게 중심을 잡는다. 그렇게 삶은 불안과 부자연스러움을 덜어내고 조금씩 단단해져가리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 삶에서 주어지는 과제들이 제 모양을 갖춰 나가도 ‘완성’으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그릇의 빈 곳을 찾아 진흙을 이겨 넣고 크기를 키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인생은 무한한 가능성을 담은 큰 그릇이 되어 갈 겁니다. 비로소 대기면성을 이루는 것입니다. ” | 210

#삶은덜어낼수록더단단해진다
#이길환
#필름출판사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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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매트 헤이그 지음, 강동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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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핵심은 변화였다. 그게 인간이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행하고, 되돌리고, 다시 하는 것, — p392

어느 날 갑자기 인간 ‘앤드루 마틴’이 된 보나도리아의 보랏빛 외계인. 앤드루 마틴의 의식은 이미 사라졌고 그의 몸을 장악한 외계인은 그가 증명한 리만 가설에 대한 모든 증거 자료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을 없애라는 명령을 받았다. 무시무시한 암살 명령을 실행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이 낯선 지구에서 ‘인간’으로서 살아남아야만 한다. 그러기엔 이미 나체로 공원과 도시를 활보하다가 매스컴에 노출되고 경찰에 연행되어 버린 외계인의 시련은 꽤 길게 이어진다.

성인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지구에서의 모든 경험이 처음인 그는 물을 마실 줄도, 옷을 입어야 한다는 사실 조차도 알지 못했다. 또한 인간이란 감정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행동하며 때로는 폭력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스럽기도 한 복잡하기 그지없는 존재라는 것을 매일 피부로 느끼고 있다.

“ 인간의 놀라운 점이 그것이었다. 다른 종족의 앞길을 정해주는 능력, 그들의 근본적 본성을 바꿔놓는 능력. 어쩌면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몰랐다. 어쩌면 나 역시 변할 수 있을지 몰랐다. 혹시 이미 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누가 알겠는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지시받은 대로 순수하게 남아 있고 싶었다. 소수처럼, 97처럼, 강하고 고립된 채로. ” |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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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시선에서 인간을 해석하는 것은 너무 익숙해서 무시하고 지나갔던 모든 부끄러운 인간 존재의 이면을 낱낱히 보여주었다. (매트 헤이그는 외계인이었던가) 이쯤이면 SF소설을 가장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 결과 보고서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차갑고 이성적이었던 이 외계인은 어느 순간 슬픔, 기쁨, 두려움 등 인간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해하게 되고, 빛과 어둠처럼 존재하는 인간의 나약함 자체에 매료된다.

“ 사랑이 두려운 건 강렬한 힘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사랑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당신이 아는 모든 이성적인 것을 뒤흔드는 초거대 질량의 블랙홀이다. 아주 따뜻한 소멸 속에서, 내가 그랬듯, 당신도 당신 자신을 잃게 된다.
사랑은 바보 같은 일을, 모든 논리를 거스르는 일을 하게 한다. 평온보다 고통을, 영원보다 필멸을, 고향보다 지구를 선택하게 한다. ” | 272

이 엉뚱한 외계인의 보고서는 유쾌하면서도 부끄러운 진실을 아무렇지 않게 눈 앞에 펼쳐놓는다. 읽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게끔.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지금 이 삶을 내가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평범한 일상의 이면에 보석처럼 숨겨진 삶의 즐거움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일깨워 준다.

삶은 지루하기 마련이지만 가끔은 고통, 시련, 좌절 따위 없는, 무엇이든 다 이루게 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랑과 욕망, 오해와 다툼, 폭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이미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완벽의 경지에 올라있는 존재가 된다면. 그들의 문명에서 보았을때 인간의 삶은 ‘결함’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정말 ‘천국’일까? 아무런 자극 없이 평화롭고 갈등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정말 천국이 맞을까?

“ 천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천국에서 무엇을 할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결함을 갈망하게 되지 않을까? 사랑과 욕망과 오해를, 심지어 만물에 활기를 불어넣는 약간의 폭력을 원하게 되지 않을까? 빛에는 그림자가 필요하지 않은가? ” | 243

빛에는 늘 그림자가 따라다니듯
부족하기에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인간의 삶.
완벽을 추구하려고 하지만 이미 태어난 이상 늘 부족한 것 투성이인 인간의 본성을 이해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건 완벽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는 것임을 깨닫게된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던대로 계속하는 것.
그러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서로에게 맞춰지며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삶.

결함 가득한 인간이 해야할 일은
결함이 가득한 채로 아름다운 삶을 껴안는 것이다. 🩷

+ 개인적으로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좀 더 재밌었지만 ‘휴먼’이라는 제목답게 인간이 영위하는 삶에 대한 성찰이 무척 공감가고 배울 점도 많았던 책! 매트 헤이그는 옳다! :)

#서평단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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