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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 <키메라>라는 말은 실현할 수 없는 것,
유토피아, 무모한 꿈, 환상과도 동의어가 됐어. ”p77
혼종(인간 유전자와 특정 동물 유전자를 배합한 새로운 종)을 연구하던 과학자 알리스는 아직 시작 단계의 혼종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대중의 반감을 사고, 연구 중단 위기를 피하고자 우주 상의 ISS 연구 기지로 도망치듯 떠난다.
그 곳에서의 평온함도 잠시, 남겨진 지구에서는 제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이 파멸적인 핵전쟁 후 극소수 인간만 생존한 지구로 어렵게 다시 돌아오게 된다.
인간 사피엔스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자 알리스는 지금이 바로 자신의 연구 결과인 혼종들이 번성시킬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하이브리드 신인류 3종,
/ 인간과 박쥐의 혼종, 에어리얼(헤르메스)
/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 노틱(포세이돈)
/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 디거(하데스)
가 남겨진 인간들과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신인류라는 이 혼종들 또한 반은 인간의 기질을 타고났다는 것이 어쩌면 끝나지 않는 저주의 시작일지 모른다. 이전과는 다른 시대를 열고자 했던 알리스의 의도와는 달리, 신인류에게서도 지극히 사피엔스적인 결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그들이 과연 이 혼란한 지구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궁속으로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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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학창시절 처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었던 것 같다. 나의 입문작은 #타나토노트 ! 인간의 사후 세계, 죽음 이후의 정신 세계에 대한 묘사와 그의 세계관이 뚜렷했던 작품으로 그 때 당시에도 이런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고 글로 풀어낸다는 점이 무척 충격적이었다. 세월이 이만큼 흐르고 이제는 내가 그의 나이가 되어 읽어보니 기발한 상상력과 인간 내면에 대한 도덕적 성찰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듯 했다.
다만 이제 나도 머리가 커서(?) 이렇게 뚝딱! 하면 혼종이 만들어지고, 뚝딱! 하면 우주로 날아가고, 뚝딱! 하면 그 혼종 144개체를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등의 과정이 이렇게 쉽게 된다고? 하는 의문이 든건 사실이다. 그래도 소설이니까, 뭐든 뚝딱! 되는 덕분에 스토리가 지루할 틈이 없이 흘러갔다.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실 혼종도, 혼종간의 사랑도 아니고, 혼종이 다시금 인간처럼 물들어가는 현상도 아니었다. 멸망한 줄 알았던 인류가 지하 세계에서 ‘클럽 메드’를 만들어놓고 음악에 맞춰 파티를 하고 있다니.. 권력계층이 미리 대비해둔 지하 벙커에 새롭게 펼쳐진 세상은 YOLO 그 잡채.. 뭔가 허망한 인간의 종말을 본 것 같아 뒷 맛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재미는 있다. 거침없이 술술 읽히고 기발한 상상력은 다시 한 번 ‘베르베르 형님’이 건재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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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메아리라는 거야. 메아리는 삶에서 우리 태도의 영향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은유이기도 하단다. 보내는 대로 돌아오는 거야. 두려움을 보내면, 네게도 두려움이 오지. 불신을 보내면 너도 불신을 받아. 모욕을 보내면 네게도 모욕이 돌아와. 사랑을 보내면 너도 사랑을 받지. 우주는 네가 보낸 것을 언제나 되돌려주는 거울처럼 돌아간단다. (1) 251
폭력과 파괴 속을 나아가는 것 역시 진화의 흐름이야. 모든 것을 극복하고 살아남는 자가 계속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고… (1) 254
어쩌면 위대한 사유란 그것일지 몰라. 지나간 실수를 두고 자기 연민에 빠지는 대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2)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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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