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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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있나요? p58, #디어올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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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았다, 뜬다.
눈 앞에는 사소하고 다정한 세상이 펼쳐져있다. 침대 발치 너머로 보이는 책장, 그 안을 채우고 있는 형형색색의 책들, 문 밖으로 보이는 거실 풍경, 가깝고도 먼 거리에 사물이 빼곡하고 나는 그 거리를 가늠한다. 하지만 입체맹(입체로 볼 수 없는 것)으로 40여년을 살아온 ‘수전 배리’의 눈에는 이 평범한 풍경 조차도 어수선하고 납작한 2차원의 종이 인형같은 세상에 불과했다.

신경과학자 수전 배리는 어릴 때 사시 교정 수술을 받았으나, 48세에 시력 훈련을 받고서야 난생 처음 입체시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이 경이로운 시각적 모험을 글로 써서 올리버 색스에게 보내면서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이 싹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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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발걸음이 우편함 앞에 멈춰 설 때마다 만년의 우정이 한뼘씩 자라났다. 우리는 전부 합쳐서 150통이 넘는 편지를 썼고 마지막 편지는 올리버가 세상을 떠나기 삼 주 전에 주고 받았다.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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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스 박사에게 처음 편지를 보낼 때만 해도 그 둘이 십년 가까운 시간동안 서로를 끊임없이 독려하며 가치관과 일, 정체성에 이렇게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후에 그녀는 이것이 아주 사소했지만 그녀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색스박사 또한 특유의 깊은 공감과 통찰력있는 글로 끊임없이 그녀를 자극하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본인도 그녀의 케이스를 연구하며 학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책은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색스 박사와 수전 배리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그 길었던 지적 교류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으로 기적적으로 입체시를 얻은 뒤로 그녀는 어떤 것도 당연히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에게는 작고 평범한 변화일지라도 그녀의 삶에서 입체시는 거의 언제나 강렬하고도 반복적인 기쁨/경이의 원천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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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시로 세상을 보자 물체 사이의 공간이 손에 만져질 듯 뚜렷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 새로움이 무척이나 놀랍고 기뻤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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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적인 성과도 물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대화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각으로 확대되어 갔으며, 이즘부터 암이 재발하여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갔던 색스박사에게 이번에는 수전이 그를 응원하고 독려하며 그가 슬픔속에 가라앉지 않도록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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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는 이미 내 삶에서 끊임없이 자극과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흥미진진한 것을 접하거나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면 머릿속에서 나도 모르게 올리버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고, 이런 생각들 은 종종 실제 종이 위의 글로 흘러나오곤 했다.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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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체시를 되찾는다는 건 세상이 뒤바뀌는 경험일 것이다. 수전은 이런 극적인 변화를 목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서 한 순간도 허투루 흘러가도록 두지 않았다. 장애를 극복하며 힘들게 얻은 행복을 함께 나누려 했던 노력, 그녀와의 유대감을 통해 둘 만이 누렸던 남다른 기쁨과 깨달음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단지 편지라기보다
그 둘의 삶 자체라고 해야할 것이다.
“진정한 친구란 서로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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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극복하면 힘들게 얻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된답니다. 다른 사람들은 평범하다고 말하는 것이 여러분에게는 언제까지나 특별하게 느껴질 거예요!

추신. 입체시를 얻은 뒤로 입체시가 없을 때
세상이 어떻게 보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짧게 대답할게요. 세상은 납작해 보였습니다.
저는 여기에 있고 제가 보는 것은 전부 저기에 있는 것 같았어요. 나와 사물 사이의 공간을 눈으로 인식하거나 가늠하지 못했죠.

입체시가 생긴 지금은 제가 세상 속에 있는 느낌입니다.
빈 공간이 보이고, 손에 만져질 듯 뚜렷하게,
한층 생생하게 느껴져요!

여러분, 그러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기억하세요. 삶은 입체시로 볼 때 훨씬 낫다는 것을요.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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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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