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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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묻는다면 ‘어느 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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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고정되지 않은 채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나의 귀로 듣는 음악이 내가 되고
맛있는 음식을 한입씩 나누어먹으며
그 입이 곧 내가 되고
최소한의 대화와
최소한의 대답이 있는 곳
내 목소리가 곧 내가 되는 곳/

가오루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 바라지 않는 바가 강요되는 공간에 아무 의미없이 앉아있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부모는 선뜻 그를 작은 해변 도시에서 재즈카페를 운영하는 막내할아버지에게 맡긴다. ‘선뜻’이라고 했지만 어디 부모 마음이 그리 쉬울까. 도쿄보다는 한적하고 바람이 통하는 그곳에서 가오루에게 쉼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오루는 한낮의 열병같은 사춘기의 열기를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힌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카페에 울려퍼지는 어느 이름 모를 재즈 음악을 들으며.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음식을 내어오고 커피를 내리고 접시를 치우고 정리를 하고 따듯한 양배추 볶음밥을 먹고 잠시 쉬고. 아무 꾸밈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날뛰던 생각들이 잦아든다. 장소의 마법일까, 사람의 마법일까. 재즈카페 오부브는 그런 곳이다. 한낮의 열기를 잠재워주는 재즈의 선율이 가득한 곳.

거품이라는 제목과 마쓰이에 마사시라는 작가의 이미지 때문에 사실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충분히 내밀하긴 하다. 역시 덤덤하면서도 어딘가 마음을 움직이는 표현들이 아름답기도 했다. 이야기속에서 거품의 의미를 알고 나서는 그 위트에 피식 웃음이 났다. 이거 성장소설 맞네.. 😊
( 거품의 정체는 바로… ㅂ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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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고정해줄 압정 pin이 없다, 라고 가오루는 생각한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자기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해줄 것이 없다.
학교를 그만둬버리면 어떻게 될까? 압정이 빠진다. 나는 지금 어디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하늘하늘한 얇은 종이나 같다. 학교에서 박리되어 바람에 날리고, 강에 떨어졌다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가서 가라앉는다. 바닷물에 녹아서 가루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방에 혼자 계속 있는 것도 괴롭다. 방에 있기만 하면 자기 윤곽이 모호해진다. 벽 가득 자기 윤곽이 확대되어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남이 없으면 이윽고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게 된다. 사람이 미친다는 게 그런 것 아닐까? 61

음악이 아니면 해소되지 않는 고통도 있다. 계속 말로 생각해도 무엇 하나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음악이다. 재즈 스윙의 뿌리를 더듬어가면 거기에는 도망갈 길이 없어 운명에 몸을 내맡긴 채 노래하며 몸을 흔드는 리듬이 있을 것이 틀림없다. 96

”왠지 기분이 밝아져. 목소리가 웃는 얼굴인 거야. 그렇게 혹심한 인생을 살고도 그런 목소리로 노래한다는 것이 삶의 수수께끼지. 수수께끼라고 할지 선물이라고 할지? -그대에게 아름답게 울리는 것을 주리라, 오부브“ 129

먼바다의 배를 보고 있으니까 시간이 흐르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흐르는 시간 가운데 산다. 달력을 만들고 시계를 만들고 시간과 세월을 잰다. 그것은 시간의 그림자 같은 것이지 시간 그 자체는 아니라고 가오루는 생각한다.
보이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것, 아무도 멈출 수 없는 시간은 이와 같은 광경으로 나타난다. 그것을 말로 하면 ‘아름답다’가 되지 않을까? 190

집단에서 나오고 나서 집단을 원망하기 시작하면
상처입는 것은 자신이야. 뭐라고 하면 좋을까…
그러니까… 방귀는 참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거지.
일부러 남 앞에서 뀔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혼자가 되었을 때는 사양 말고 뀌면 돼.
제일 빠른 것은 욕조 속이지만.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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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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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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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의 정체는 바로 ㅂㄱ
참지말자. ㅂㄱ참으면 병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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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트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7
문지혁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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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그렇듯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서사화 하고 그 속에서 특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통해 이 무의미한 삶을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하니까.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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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트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7
문지혁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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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는 것과 계속 쓰지 않는 것, 그 둘 사이를 오가는 것. 움직였다가 멈추는 것. 떠난 자리로 돌아오는 것,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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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났던 여행
혼자 걸었던 그 길
혼자 먹었던 점심
혼자 마셨던 맥주
혼자 잠들었던 그 밤…
무언가가 간절했고, 조금은 애매했고,
약간은 두려웠던 그 시절의 나, 그리고 여행.

내 여행 이야기도 아닌데 마치 내 것인듯,
유럽 호텔팩, 엠포리오 아르마니, 시디플레이어
같은 것들이 아득한 그 시절의 기억들을 차례차례 불러냈다.

지금의 나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들.
(제 정신인가 의심되는 일들이 참 많기도 했지)
그래도 그 기억을 가만히 보고있자니,
복잡한 미로같았던 삶을 그 여린 마음으로 어떻게 견뎌서
오늘까지 왔는지 기특할 지경이다.

매번 다르게 반짝이는 그 시절의 젊음을,
아픔과 좌절, 풋내기같은 열정같은 것들이 떠올랐고
약간 얼굴을 붉혔지만, 그 부끄러움 조차도 나인건
어쩔 수 없으니까. 그래서 좋았다.
나의 풋내기 시절을 이렇게 웃으며 떠올릴 수 있기까지
나도 참 많이 컸구나 싶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왜 자꾸 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지.
주절주절 말하고 싶게 만드는
문지혁 작가님의 글을
그래서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이기도 하고
한 사람의 여행기이기도 하고
어느 작가의 내밀한 글이기도 하고,
한 대학생의 레포트이기도 하고,
글 속에 글이 잠시 헷갈려도
그래서 더 좋았던 누군가의 속마음.

“ 대부분 그렇듯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서사화 하고 그 속에서 특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통해 이 무의미한 삶을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하니까.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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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들 같이 읽어요, ☺️

당신의 소설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런 프라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디론가 정처 없이 흘러가는 침 침한 강물과 표정 없는 사람들, 오래된 집들과 불규칙한 도로들. 만약 불가해한 삶의 공간이 실재한다면 그곳은 프라하를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불안과 공포, 과거와 음울의 불온한 공기를 마시며 그곳에서 당신은 글을 썼겠지요. 혹 지금도 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있어 미로란 삶이요, 삶이란 미로가 아니었던가요. 도시는 당신을 닮았고 당신은 도시를 닮았습니다. 나는 프라하에서, 그리고 프란츠 카프카 속에서 길을 잃은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81

우리가 저마다 얽히고설킨 창자를 몸속에 하나씩 가지고 있듯, 존재의 미로 역시 우리 내부에 먼저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가장 완벽한 미로는 출구가 없는 미로가 아니라 어디든 출구가 될 수 있는 미로입니다. 가장 완벽한 문제는 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답이 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문학이란 가장 완벽한 미로이자 가장 완벽한 문제입니다. 당신이 문학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일지 모르겠습니다. 82

☕️ 카프카의 문학과 프라하라는 도시를 연결지어 그 관련성을 인간의 삶에 반추한, 나에게는 충분히 대학교 전공 레포트 스러운데 이게 왜 B-를 받았을까. 그조차도 너무 좋았던 부분. 문학의 효용이라면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을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 아닐까? 그의 삶이 마치 내 삶인 것처럼. 무용할 것 같던 내 삶도 어느 위인의 삶처럼 의미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는 기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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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잊힌 채 가방 한구석에서 뒹굴고 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아마도 애매한 감정과 숨길 수 없는 미련이 가득한 몇 개의 문장을 쓴 뒤 나는 주소와 이름을 적었다. 그녀의 본가 주소를 누구보다 정확히 외우고 있었지만 그걸 쓰지는 않았다. 대신 이렇게 적었다. SEOUL, KOREA, 너에게. 149

결국 아무것도 못 보고, 아무것도 못 잊고 돌아왔어요. 여행의 의미를 몰랐던 거죠. 너무 뚜렷한 목적이 있는 삶이 그렇듯이, 목적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이란 그게 무엇이든 간에 공허할 수밖에 없는 건데. 그땐 그걸 몰랐죠.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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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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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임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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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에 겁먹지 말자. 일단 시작하면 어느 순간 읽히니까. 그의 문장속에 수없이 찍혀있는 그 쉼표들은 단지 문장을 이어가는 도구이기도 했지만 멈춤없이 흘러가는 삶이라는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삶은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지는 것. 손화수 번역가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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