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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할 지도
김성주 사진.글 / 카멜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우리는 모두 춤을 추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야. 단지 춤을 추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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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믿었던 것을 찾고, 다른 누군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며 한탄했던 시간과 만난다.
어떤 이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 거라며 외면했던 존재가 녹아내리는 것을 보며 감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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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수거하고 주기적으로 남산의 자물쇠들을 수거해 가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그렇게 결국 사라지고 지워지지 않을까, 하고.
어쩌면 우리는 자물쇠는 물론 그 약속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어딘가에 적고 매달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더 근사한 서약을 위해 긴 여정을 마다하지 않고.
그래서인지 세계 곳곳에 새로운 약속의 성지들이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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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기다림 끝에 시작한 회사 생활이 나라고 소중하지 않았을리 있겠냐마는, 뱅글뱅글 도는 일상의 관성에 그저 몸을 맡기고 매일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원을 그리는 동안 무언가 떨어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보다 힘든 것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잃어 간다는 불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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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긴 싫지만, 그러기엔 슬픈 말이지만 어른이 되는 것은 수없는 상실과 망각의 반복이 아닐까.
내가 낯선 도시의 아이들에게서 보고 또 배우는 순수함과 호기심, 생명력 같은 것들을 언젠가 나도 분명 가지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어른들이 매진하는 배움과 성취 같은 것들은 각자의 청춘을 잃어 헛헛해진 빈자리를 덮기 위하 절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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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시간과 계절로 날아가 현재의 내게 질문을 던져 보는 것, 그것이 내가 믿는 여행의 가장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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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봤을때는 스릴러인가? 라는 생각을^^;;;;
이 책은 저자가 하루에 한 도시씩 여행하며 느낀것들 쓰고, 찍은 사진들로 이루어진 여행에세이다.
무엇보다 특이하게도 제목에 공란이 있다.
그 빈칸에 넣고 싶었던 게 많아서? 혹은 무엇이든 넣을 수 있어서?
어찌 되었건 나로 하여금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공간이 주는 위로, 사람이 주는 울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낯선 도시와의 이야기.
라는 뒷표지의 글처럼, 작가의 여행에세이에 나 또한 가보지 못한 곳, 혹은 가 본 익숙한 곳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여행"이란 두 글자에 느껴지는 설렘, 즐거움, 행복과 때론 고독하고, 때론 우울했던 시간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무척이나 감성적이고, 무척이나 세심하게 쓰여져 있는 느낌이랄까.
단순히 여행지를 설명하고 자신의 감정만을 이야기 한것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생각나는 누군가에 대해서 쓰여져 있다. 옛사랑이기도 했다가, 가족이기도 했다가, 지인이기도 한...
여행지에서 생각나는 대상에 대해 쓰는 편지같은 느낌도 들고, 일기같은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