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땅과 하늘이 아니라 구글 어스와 클라우드에 거주한다.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되짚지 않는다. 모든 것을 알아두지만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 친구와 팔로워를 쌓아가지만 타자와 마주치치 않는다. 우리는 탈사물화한 세계, 정보가 지배하는 유령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이 우리는 ‘디지털 성물’이 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는 스마트폰이 필요 없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는걸 떠올려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인공지능 속에서 일상을 보내게 될 것이다.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은 물론 법과 제도, 윤리, 인간관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법적 책임은 탑승한 운전자에게 있을까, 아니면 차량의 제조사에 있을까? 또 자율주행차가 위급한 상황에서 운전자와 보행자 중 반드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윤리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이처럼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기존의 법이나 윤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우리가 아무런 대책 없이 오로지 기술발전에만 집착한다면 사회는 기술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의 격차가 커지고, 본의 아니게 사회적 통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이 책은 메스처럼 예리한 단문으로 오늘의 세계의 핵심을 그려내는 냉정한 사회비평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현재는 많은 정보에 의해 사물이 소멸되는 중이다. 사물이 품은 실재와 시간이 아울러 소멸되는 중이다. 정보보다는 사물이 먼저다. 하루라도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고 주변 사물을 관찰 하면서 살아보면 어떨까.'책에 뚜렷이 구별되는 얼굴을, 관상을 부여하는 것은 소유자의 손이다. 전자책은 얼굴도 없고 역사도 없다. 사람들은 손을 제쳐놓고 전자책을 읽는다. 책장 넘기기에는 촉감이 깃들어 있다. 촉감은 모든 관계의 본질적 요소다. 신체적 접촉이 없으면 결속이 발생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도서협찬 #사물의소멸 #한병철 #김영사 #교양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