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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평점 :
"누구나 사랑은 하지, 근데 그다음엔 뭘 할 건데?"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는 오랜 공식은 이미 옛말이 된지 오래이다. 사랑은 사랑이고, 결혼은 결혼이며, 결혼을 하지 않아도 사랑만하고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 책은 이런 세태를 잘 반영한 소설이다. '결혼'이라는 관습의 허울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는 세 청년의 이야기. 셋을 둘러싼 각자의 각기 다른 관점이 흥미롭기만 하다. 이전의 관습대로라면 생각지도 못할 상황들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결혼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세상이 된 지금, 결혼이 사랑의 종착점이 아니라는 것에서 지금의 청년들에게 상당히 공감을 받을 작품이다.
서울을 배경으로 세 남녀가 등장한다. 그들은 각기 다른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자손 번식과 재산 증식에 매달리는 영임과 하욱, 불안한 청춘 속에 꿈도 사랑도 택할 수 없는 은희와 정우, 태윤, 그들만의 방식으로 결합을 시도하는한나와 태영. 이들은 시대를 흘러오며 한국사회가 보여준 결혼에 대한 모습을 비춰주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지금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한 어머니가 사랑스러운 딸에게 걱정스럽게 말한다. "난 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것은 아직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딸년에게 남들처럼 번듯한 남편과 아이들을 동반한 가정을 가지라는 에두른 표현이다. 딸은 그에 답한다. "엄마, 나 지금 엄청 행복해. 엄만 결혼해서 행복했어?"라는 질문에 쉬이 대답하지 못하는 그녀의 엄마는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옛 여자들에게 희생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결혼이라는 생각이 바뀌었다. 자발적 비혼모와 커밍아웃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님을 매체를 통해 알아가는 지금의 세대들은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점점 팍팍해지는 생활과 결혼=아이라는 육아부담감과 책임감이 쉽지만은 않아서일 것이다. 6.25전쟁통과 보릿고개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제발 입을 막아라.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랑이 곧 결혼으로 이어져야할까? 그것만이 답일까? 기성세대들에게는 아직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 문화와 관습도 분명 바뀌는 것.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각자의 다양성을 품을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여 억지스럽게 희생된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물론 행복한 이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결혼은 사랑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두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죠.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고 여기는 생각 말이에요. 하지만 결혼은 연애와 달리 관습과 제도의 문제를 동반합니다. 반면, 사랑이 결혼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은 불과 얼마 안 된 일이에요.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남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현재의 결혼은 근대 낭만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네요.”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