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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첫 직업은 머슴이었다 - 여든 살 아버지 인생을 아들이 기록하다
한일순 구술, 한대웅 엮음 / 페이퍼로드 / 2021년 5월
평점 :
오십의 아들이 여든의 아버지를 기록한 책이다. 아버지의 팔십 평생을 담아내기에 이 한 권의 책이 부족할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 손에 들어오는 팔십 평생의 진솔함은 절절하게 느껴진다.
'결국 아버지는 스스로 먹고살기 위해 머슴이 되어야 했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농부의 집에서 모내기, 김매기, 풀베기 등 잡다한 일을 하고 숙식과 쌀을 받으며 생활을 해나갔다.' <책 속에서...>
첫 직업을 머슴으로 시작한 그의 이버지는 둑 공사, 품팔이, 창호지공장, 중동 노동자, 생선 장사, 닭 장사 등 수없이 직업을 바꿔가며,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중동에서 한해를 있으면 월세에서 전세로, 그리고 한 해를 더 있으면, 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갖은 고생을 다한 그의 아버지 이야기.
작가는 고백한다. 아버지의 인생을 기록하는 일이 자신에게는 자신의 컴플렉스와 부끄러움에 대면한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아버지가 머슴이었다는 것을 그 누가 쉬이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생애 걸쳐 동반했던 그 컴플렉스를 멀리하며 아버지의 인생을 훑어나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창호지를 만들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에도 종이를 접었다.' <책 속에서...>
'우리는 모두 대학에 진학했고, 아버지는 이 사실을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다. 아버지는 지인들에게 우리를 가리키며 ‘어떻게 하다 보니 모두 대학을 가긴 갔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책 속에서...>
자식 하나 잘 되라고 몸이 부서져라 희생했던 우리네 부모님. 그의 부모님과 나의 부모님. 부모님의 역사가 오버랩되며 마음이 저려온다. 자신의 인생은 포기한 채 가족을 위해 살아온 인생. 혹시 후회는 없을까?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을 지워버린 자신이 밉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말이다.
부모의 마음이야 다 같다지만, 우리 세대, 그 전 세대의 부모들은 더욱 가족에 대한 마음이 애틋했던 것 같다. 어려운 보릿고개 시절을 넘긴 세대라 그렇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보니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철부지처럼 행동했던 내 모습이 부끄럽고 죄송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