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구나.”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 토와의 이야기이다. <츠바키 문구점>으로 유명한 오가와 이토의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평소의 스타일에서 한층 나아간 이 소설은 그저 따뜻함만으로 바라볼 수 없는 아픔이 담겨있다. '나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태어났을 때 아주 희미하게는 볼 수 있었는지 몰라도 이 눈으로 제대로 된 빛을 느껴본 기억은 없다.' <책 속에서...>앞을 볼수는 없지만,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지내던 엄마와의 교감, 엄마와의 관계만은 최고였던 한 소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새로운 삶을 꾸려나간다. 무척이나 두려웠을 것만 같았던 새로운 삶은 집에 있는 정원의 변화와 함께 다가온다. 눈의 감각이 감성의 감각으로 살아난 것 마냥 계절의 흐름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숨쉬는 것처럼 느끼며 살아간다. 제목이 가져다주는 기대때문일까? 하나하나 묘사되는 정원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같이 보는듯한 착각마저 느끼게 한다. '그때까지 나는 말 그대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엄마와 함께였다. 눈 속에 지은 굴에서 한겨울을 나는 엄마 곰과 아기 곰처럼 나와 엄마는 자그마한 집에서 오랫동안 밖으로 나가는 일 없이 둘이서만 생활하고 있었다.' <책 속에서...>엄마와의 단절이 주는 아픔을 씩씩하게 버티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지만, 가슴 한켠으로 전해져오는 정원을 느끼는 마음의 감각만은 웬지 모를 씁쓸함을 가져다 준다. 토와의 정원은 어쩌면 생의 전부일지 모른다. 엄마가 사라져버린 그 곳에 말없이 우두커니 지켜주는 정원은 그녀를 지탱해주는 힘인지도 말이다. '나는 향기의 강약을 아로새기며 계절을 쫓았다. 향기가 절정일 때를 지나면 여름이 오고, 토와의 정원에서는 향기가 아닌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책 속에서...>장소라는 것은 특유의 힘이 있다. 특히 내가 속한 공간, 나를 지켜주는 한 영역. 그것은 내가 존재하도록 하며, 나를 지탱하게 하는 힘일런지도 말이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엄마와의 관계가 끊어져버린 그녀에게는 유일하게 기댈 곳이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힘든 일들이 있더라도 나 하나 기댈 곳만 있으면 살만한 세상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이렇게 알려주는 것 같다.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이 나를 사로잡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