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디넓은 중국을 여행하는 것은 실로 흥미로운 일이다. 많은 곳을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지역별로 펼쳐지는 특색있는 아름다움은 한 나라에 속해있다기보다는 각기 다른 나라를 경험하는 그런 기분이다. 대륙이란 명칭은 이럴 때 사용하는 법. 그야말로 큰 대 大라는 수식어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나라이다.
중국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황하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이루어졌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줄기를 따라 사람들은 터를 잡고 생활을 해왔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들이 생겨났다. 황하와 더불어 중국 전체를 가로지르는 더 큰 강이 있으니 바로 장강이다. 양쯔강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강이야말로 더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은 이 두 강을 중심으로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어 문명이 발달되어 왔다. 지금까지 우리가 즐기고 있는 그들의 문학적 감성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은 방송통신대 중문과 김성곤 교수가 그 강줄기를 따라 읊어주는 중국한시 기행이다. 9여년 동안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유려한 해설을 해준 그의 입담을 한데 모은 책이라 할 수 있다. 해박한 지식과 위트, 그와 더불어 멋들어진 중국 시를 음송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흡입력 있다. 패왕별희를 보는 기분이랄까? 지루할 것만 같던 다큐가 단번에 뮤지컬 영화로 바뀌는 느낌이다.
한시를 여행과 접목한 독특한 기획, 장강과 황하를 따라 진행되는 한시기행은 한시 뿐 아니라 역사와 음식, 풍습까지 곁들여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준다. 한국인들도 잘 알고 있는 소동파, 이백, 두보, 도연명 등의 시를 읊어주며 시의 의미 뿐 아니라 인생의 의미까지 알게 하는 매력적인 이 한 권의 책이 나를 한 명의 강태공으로 변화시키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아... 이렇게 세상은 넓고 인생은 유한하거늘... 왜 이다지도 아등바등 살아왔던 것인가? 중국 대문인들의 시를 간만에 다시 읽다보니 발등만 보고 살았던 내가 너무나도 한심해진다. 도연명의 <만가>를 다시 읽어본다. 죽음에 이르러 살아생전 술을 더 마시지 못했음을 한탄했던 그에게서 또 한가지 가르침을 받는다. 오늘 저녁은 술과 함께 하리...
만가 挽歌 - 도연명 -
삶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는 법
일찍 죽어도 명이 짧은 것은 아니라네
어제 저녁 함께 사람이었더니
오늘 아침 귀신의 명부에 있구나
혼은 어디로 흩어졌는가
마른 몸만이 빈 나무에 걸쳐 있어라
사랑스런 아이는 아비를 찾아 울부짖고
친한 벗들은 나를 쓰다듬으며 우는구나
득도 실도 알지 못하거니 시와 비를 어찌 알 수 있으랴
천 년 만 년 뒤에야 누가 영화와 치욕을 알까
세상에 있을 적 오직 한스러운 것은
술 마심이 족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