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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1945 -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투하 전 116일간의 비하인드 스토리
크리스 월리스.미치 와이스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사건보다 인간중심으로 기술된 소설 같은 구성의 논픽션 같은 느낌이다. 원폭투하에 관련된 사람들, 대통령에서부터 조종사, 과학자, 기자, 평범한 미국시민, 일본소녀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운명을 담담히 그렸다.
역사란 모름지기 사람들의 이야기인 터. 사람들의 이야기를 현장의 시점에서 복원하되, 사건의 이전과 이후 관련 인물들의 육성을 교차 편집한다. 역사 기술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관점과 평가, 역사인식의 균형감각을 동시에 가져가려는 것이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인류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반경 2킬로미터 안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6만여 명이 즉사했다. 사흘 뒤, 더 강력한 플루토늄 원자탄이 나가사키에 떨어졌다. 이윽고 일본 천황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고, 많은 사람들이 종전과 해방의 기쁨을 누렸다.
원자의 핵이 지닌 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이 계산해준 대로 지구상 가장 파괴적인 무기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인간을 향해 날아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을 필두로 한 핵무기 개발경쟁은 우라늄과 플루토늄 폭탄의 위력을 능가하는 수소폭탄을 낳는 데까지 이르렀다.
세계 각국의 군축 노력으로 지구상 원자무기의 보유량은 현저하게 줄어들긴 했다. 그럼에도 그 가운데 단 0.5퍼센트만 터져도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행성이 되고 만다. 이렇듯 원자무기는 지구를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갈 무수한 생명의 운명을 위태롭게 만들고 말았다. “좋든 싫든 간에 우리가 이 이야기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원자폭탄은 20세기 최악의 전쟁을 빌미로 혹은 핑계로 삼은 국가의 기만적 탐욕, 독재자들의 추악한 명분, 개인들의 맹목적 천재성이라는 ‘삼박자’가 낳은 괴물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