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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와 어? 인문과 과학이 손을 잡다
권희민.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20년 11월
평점 :
'과학자 남편과 소설가 아내가 쓴 지루한 일상의 놀랍고도 소소한 과학이야기'
세상에 많디많은 과학책이 있다지만, 과학을 소설처럼 에세이처럼 푼 책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학은 나에게 생경하고, 소설은 나에게 싱그러우니 이 둘의 결합은 나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과학자인 남편과 소설가인 아내가 만난 글이라고 하기엔 아내가 뛰어난 것인가? 어떻게 이 어려운 과학의 개념을 이리도 쉽게 풀어낸거지?라는 의문이 든다. 편안하게 읽어나가는 과학이 묻어나는 글들이 마치 아침의 일상을 두드려주는 듯 하다.
일상, 우주, 자연, 인간, 수에 이르기까지 온 우주를 다 품어낸다. 과학이 어떤 특정한 분야의 것이라 믿었던 내가 바보같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중 참으로 맘에 드는 글이 있었다. 신비한 언어인 수에 대해 이야기한 '수들의 향연'. 매혹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한때 빠져들었던 소설 속 문장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몇년이 지나서도 잊혀지지 않는, 사진으로 찍어두고 한번씩 꺼내어보는 문장과 말이다.
흠모하게 되어버린 중국작가 샨사가 써내려간 장편소설 <측천무후>. 측천무후. 중국에서 여성으로 유일하게 황제가 되었던 인물. 그녀의 삶을 그린 이 장대한 소설은 나를 중국 당나라로 끌고 들어갔다. 그녀의 전 인생을 통틀어 아마도 가장 평안했던 시절. 그녀는 이러한 이야기를 한다.
"하늘을 돌 때 별들은 수학적으로 완벽한 궤도를 그린다. 활짝 피어날 때 꽃들은 조화로운 건축의 세계를 드러낸다. 싹이 트고, 활짝 피어나고, 무르익고 그리고 시드는 것, 계절은 이 창조적 질서에 따라 흘러간다." <샨사, '측천무후' 중에서>
그리고, 그와 너무나도 닮은 이야기의 서두를 장식한 이 책의 글로 인해 난 또다시 창조적 질서를 가진 저 우주 속으로 간다. 우주의 티끌과도 같은 미물과도 같은 존재는 대우주의 원리에 감탄할 따름이다.
'수학은 자연의 언어이고 패턴의 언어이다.
수의 패턴이 산술학이고
모양의 패턴이 기하학이고
운동의 패턴이 미분과 적분이고
우연적인 사건의 반복 패턴이 확률이다
추론의 패턴이 논리학이며
위치의 패턴은 위상학으로 본다
- 수학자 Keith Devlin'
'우리 집 꽃밭의 꽃들은 대개 홀꽃이고 꽃잎 수가 다섯 장이었다. 왜 하필이면 다섯일까. 의아스러웠다. 슬며시 남의 집 꽃밭을 돌다녀보니 꽃잎 수는 다양했다. 아침에 피는 나팔꽃이나 카라꽃은 1장, 백합과 붓꽃은 3장, 무궁화와 채송화와 동백은 5장, .... 꽃잎들은 피보나치의 수열대로 피어나고 있었던 거였다.' <📚 책 속에서...>
이 책은 단순히 과학을 쉽게 알려주려는 시도에 의한 책이 아니다. 우주의 깊은 원리와 이치, 그 속에서 모든 것이 규칙대로 흘러감을. 이 모든 것은 하나임을. 우리는 그 속에서 그저 그 규칙에 맞게 살아가는 미물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 현재 우리 지구가 겪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한 대답일런지도 말이다.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대우주를 경험하는 이 면면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