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은 숲의 사랑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검은 숲에서 일어나는 사랑, 더 직설적으로 불륜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쾌하고 어둡기만 할 것 같은 이야기가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 이야기의 섬세함 때문이다.
산의 소리, 새의 지저귐, 바람 소리, 냇가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이야기와 숲이 거대하게 얽히고 설켜 모든 것이 한 덩이가 같은 느낌마저 든다. 국립공원에서 일하는 저자의 공력이 여기서 나타나는 것일까? 숲의 디테일한 묘사가 소설의 이야기를 극대화 시켜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저녁 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져 내렸다. 어디서 들어온 바람은 시마의 더운 몸을 시원하게 식히고는 이내 사가사각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를 내며 귀룽나무를 빠져나갔다. 산꿩 두 마리는 그때도록 열락에 겨워 쩡쩡 소리를 지르고, 질레 덩굴 위 무당벌레 두 마리는 시마와 소유는 염에 없이 저희들만의 길고 긴 사랑에 빠져 있었다. 숲의 모두가 사랑했다.' <📚 책 속에서...>
문장에서 느낄 수 있듯 숲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선다. 아마도 작가의 의도였으리라. 작가가 더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매일 그녀가 함께 하는 숲의 구석구석, 은밀함, 심오함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할 정도이다.
병은 얻은 유부남이 숲에 가서 만난 여자 주인공 소유. 그들의 만남은 결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첫만남만은 강렬하다. 새로움, 열정, 두근거림. 오랜 관계에서 가질 수 없는 이런 감정들이 금기시되는 것은 아닐까 한다. 그만큼 위태로으므로...
이들의 관계가 불륜이건 아니건 간에 그들은 생명력이 빛나는 공간인 숲에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섬세한 묘사와 서정성이, 그들의 사랑의 끝이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한 독자는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 책 속에서...>
소유가 숲을 떠나는 것은 마치 어느 날 지구가 말도 없이 자전과 공전을 멈추는 것과 같았다. 소유를 생각하면 당연히 그 배경으로 숲이 떠올랐고 숲을 떠올리면 또 언제나 그 속에 든 얇은 소유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