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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토드 메이 지음, 이종인 옮김 / 김영사 / 2020년 7월
평점 :
≪論語(논어)≫ 子張篇(자장편)에 있는 子夏(자하)는 이런 말을 했다. “널리 배우고 뜻을 독실히 하며, 알뜰히 묻고 가깝게 생각하면 어진 것이 그 가운데 있다.” 자하는 또 이런 말을 했다. “달마다 그 없는 바를 알고, 달마다 그 능한 바를 잊지 않으면 학문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자하는 현실적인 교육가였다.
공자의 제자인 자유가 자하를 평해 이렇게 말했다. “자하의 제자들은, 물을 뿌리고 청소를 하며, 말에 대답하고 몸을 움직이는 하나하나는 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형식적인 말단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사상과 도덕에 관한 것은 볼만한 것이 없으니 장차 어떻게 할 것인가?” 퍽이나 현실적이고 일상 생활면에 교육의 중점을 둔 말이다.
도덕철학의 역사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저자의 논의 구조가 18세기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며, 중국 고대의 철학자인 공자의 사상과도 상당히 비슷하다. 흄에 의하면 도덕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 느끼는 동정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흄은 이런말을 했다. “공감은 도덕적 판단의 주된 원천이다. 그러나 동정심은 국지적인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주변 환경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 대해야 정의나 공감같은 추상적 사랑을 느끼기는 어렵다.“
정의와 불의에 대한 감각은 자연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생겨나는 것인데 반드시 교육과 인간의 관습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으로 시작하여 교육과 관습을 통하여 그 공감을 확대하고 수정하며 그것이 결국 더 큰 사회적 규모의 정의감을 형성하게 된다. 공자의 사상도 이와 비슷하다. 공자가 볼 때 도덕적 발전의 적절한 형태는 가족들 사이의 올바른 인간관계에서 시작하여 그로부터 더욱 발전해 나간다고 했다.
결국 가정은 공동생활이 이루어지는 최소 단위이자, 사회생활의 출발점이고 공동체의 근간인 가정이 화목하지 않으면 가족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의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나 결국 서로 반목하게 된다.
‘절문근사(切問近思)’라는 말이 있다. 깨닫지 못한 것을 간절하게 묻고 몸에 가까운 일부터 생각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근사(近思)는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는 자들을 깊이 생각한다는 뜻인데,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품위 있는 삶의 여러가지 사례들이 그 절문근사의 구체적 실천은 아닐까 한다. 도덕의 출발점은 어쩌면 가정환경에서의 시작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