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인가? 하다가 SF인가? 결론은 SF 역사소설이다. 미래과학을 통해 아픈 역사를 돌아보게하는 소설. 독특한 소재에 한번 놀라고, 표지의 섬뜩함에 또 놀란다. 얼굴이 몇 겹인가하고... 펴지만 보고도 내용을 상상했다. 대체 어떤 내용인가..하고 말이다. 여섯 편의 단편으로 묶여진 이 소설집은 ‘한국과학문학상’이 발견한 SF의 새 얼굴, 황모과 작가의 첫 소설이다. 15년 전, 만화가가 되려고 일본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만화가를 꿈꿨던 탓인지 내용 자체가 톡톡 튄다. 처음부터 만난 묘지에서의 장면은 내가 있는 세계마저 혼란스럽게 한다.100년전인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피해자들을 기억해내어 기억을 할 때마다 넘겨지는 밤의 얼굴들을 끄집어낸다. 그들의 경험이 마치 나의 경험인양 상처받은 그들을 보는 것이 쓰리다. 이 책의 ‘기억’과 ‘감정’, 두 가지 요소를 크게 짚는다. 잊혀져가는 기억들을 가까스로 부여잡는듯 소설에서는 잊혀진 얼굴을 찾아내고, 그들의 감정을 이어받게끔 한다.여섯편의 단편이지만, 각 단편의 요소요소 실마리가 다른 작품으로 이어져 마치 하나의 글을 읽어내려가는듯한 기분이다. 또한 앞서도 언급했듯 역사와 SF가 어우러진 독특한 장르의 매력은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하게끔 한다. 📚 책 속에서...천천히 시체를 뒤집어 얼굴을 확인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린 소년이었다. 열다섯은 됐을까? 온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일본어가 들렸다. 📚 책 속에서...강력한 충격을 느꼈다. 둔탁한 울림이 피부를 뚫고 파고들었다. 통증이 뼛속까지 도달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담겨 있던 고통이 영상을 보던 내 안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공감각 데이터 연동을 통해 내게도 링크된 것이다.📚 책 속에서...당신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 얼굴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가, 도저히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 얼굴이었다가, 다시 너무도 잘 아는 선명한 얼굴이 된다. 그러다 내 삶과 일절 관계없는 누군가의 얼굴로 둔갑해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