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이쪽 동네와 저쪽 동네. 주소지는 같지만 도로 하나를 두고 부층 아파트와 빈층 아파트로 나뉜다는 슬픈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원주민인 빈층 아파트 주민들은 새로 생긴 부층 아파트의 횡포에 시달린다.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길 건너의 아파트에 놀러가지도 못하는 빈층의 아이들.


소설을 보면서 오버랩이 되었다. 한국사회의 계층의 벽은 높기만 하다. 재개발 이후 양분화되는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해진다. 소설 속의 ‘남민(남일동에 사는 난민)’의 이야기가 쓸쓸해진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가 이러는 거 다른 사람들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필요해서 하는 일이에요.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요“


세상의 이중잣대를 알지만 외면하고픈 주인공의 마음은 우리네 모습일지 모른다. 슬픈 현실이 다가온다. 유토피아는 고사하고 계층만 형성시킨 자본주의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편견과 배제를 만들어온 이 세상 말이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딸에 대하여>와 소외당한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 <9번의 일>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혜진 작가의 이번 작품 또한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런 작가님들이 있기에 세상은 또 다시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책 속에서...
이곳을 떠나려는 사람이나, 남으려는 사람이나. 어쨌든 여기 사는 동안엔 안고, 견디고, 마주해야 하는 두려움의 감정을 새삼 상기하게 된 것입니다. 오래전 어머니로 하여금 집 앞에 서서 멍하니 집을 올려다보게 만들었던 그 조마조마한 마음이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여기 사는 한 그런 마음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것들은 저절로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끝없이 누군가에게 옮아가고 번지며, 마침내 세대를 건너 대물림되고 또 대물림될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 책 속에서...
아니, 차라리 그 불이 여기 이 남일동 전체를 휩쓸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커지고 더 커지고 누구도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해져서 저 남일동을 모두 집어삼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이 무시무시한 남일동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 더는 없다는 생각을 나는 했던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