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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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어디니?” “어디에서 왔니?”


우리는 각자의 출신에 대해 궁금해 한다.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 어떤 문화에 접해있는지는 출신에 의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외국인들은 삼성과 현대를 꼽는다. 실제로 나와 관련없는 것들이 이미 나의 정체성에 묻어 있게 된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구런 다양한 것들에 의해 결정지어 진다. 마치 “니네 아부지 뭐하시노?” 하며 아버지의 직업으로 아들을 판단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치매에 걸린 주인공의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할머니와 소녀’라는 도입부에서 할머니는 거리의 소녀를 보며 꼼짝 말고 거기 있으라며 찾아다닌다. “크리스티나!” 아무리 찾아봐도 소녀는 사라지고 없다. 크리스티나는 바로 열한살의 자신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모습을 꺼내들고 정체성에 대한 시작은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출신 혹은 정체성에 대한 바탕을 깔고 간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나는 태어났다.”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해, 독일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자필 이력서’를 쓰면서 시작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의 질문들. 마지막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며 ‘이 모든게 나인가?’라며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이야기는 묘하게도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듯 하지만 때로는 허구인 것 같기도 하다. 보스니아 내전을 피해 독일로 온 그는 이 작품으로 ‘독일 도서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지만, 정작 그가 진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풀었을지는 짐작할 수 없다.


‘출신은 한번 입으면 영원히 입고 있어야 하는 옷 같은 것!’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국가소멸, 때로는 그와 비슷한 일들이 나에게 벌어질 수 있다.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듯, 나의 기반을 앗아가는 그런 상황들. 톰행크스 주연의 <터미널>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타국으로 이동하는 동안 자신의 나라가 없어져, 공항에서 몇 달간 생활해야만 했던 그 이야기가 오버랩 되어 온다. 출신은 보이지 않게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그것이 좋든 싫든 간에 나의 근본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나저나 작가님. 왜케 배우 같으심...



📚 책 속에서...
우리 모두의 고향은 우연에 의해 탄생한다.

📚 책 속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편견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또 공격적이고 야만스럽고 불법적이지 않은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알뿌리와 싹, 다른 식물에 붙어사는 식물. 엄밀히 말하자면, 본의 아니게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없는 우리는 어디에 있든 늘 하던 대로 행동하면서 계몽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었다.

📚 책 속에서...
나의 반항은 일종의 적응이었다. 독일에서 이민자로 살아가야 하는 방식에 걸었던 기대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그 방식을 거부한 것도 아니었다. 나의 반항은 출신의 숭배뿐 아니라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환상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속감은 지지했다. 나를 원하고 내가 있고 싶은 곳에서는 소속감을 갖고 싶었다.

📚 책 속에서...
많은 일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 민족의 규범을 고집하는 것도, 달달한 팝콘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출신에 지위가 수반되는 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싸움터에 나가 싸울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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