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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애인에게
현상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혈관마다 푸른 절망의 코드를 심어냈다.’
‘검은 잉크병 속 청록색 너울지는 유성우를 내리담아 쓰면서도...’
‘긴긴밤, 내 숨결마다 내려앉는 다정함이 되고 싶었다.’
가끔 생각한다. 문인의 삶은 타고 나는 것인가 하고. 문인은 꿈꿔본적도 없는 내가 문장문장을 곱씹는 때가 오면 늘 그러했듯, 문인의 삶을 꿈꿔본다. 그들의 문장은 희뿌연 안개처럼 흩어졌다가 모여 사라지는 일이 빈번하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그 깊숙한 속내를 알기가 어렵다. ‘당신의 헛헛한 그리움의 깊이를 알기엔 나의 감정이 너무 메말랐나보오.’라며 고갈되어 갈라져버린 나의 감정계곡에 황사바람을 뿌리고 지나가는듯 하다.
그의 사랑은 얼마나 깊은걸까? 문인들의 사랑은 일반인의 그것보다 훨씬 아프고 쓰린 걸까? 사랑하는 이에게 닿지 못하는 아련한 슬픔이 먹먹해진다.
깊은 밤 어두운 곳에 희미하게 쏟아지는 빛줄기처럼 빈공간에 세워진듯하다. 그리움을 쏟게 한다. 이 밤, 문인의 글 한줄한줄이 상념에 서렸던 옛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 책 속에서...
그러니까 선생님 제겐 위로하는 재주가 없습니다. 구원역시 불가합니다. 저는 사랑하는 것 말고는 별 방도가 없습니다. 그저 싸늘하게 사랑하는 재주. 밤낮으로 실패하기를 반복하지만 지겹게도 사랑하는 재주. 윤을 사랑하는 재주. 제겐 그것 하나 말고는 없습니다.
📚 책 속에서...
복숭아 같은 당신을 생각하면서 쓴 편지들엔 생략한 말과 지워버린 마음이 너무 많다. 당신을 생각하며 연약해지는 이런 날들이 영영 계속되길 바란다. 아무래도 당신에게 보낼 편지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 책 속에서...
혼자 지내는 건 어떻노? 갠찬나? 항시 잘 챙겨묵고 겅강하고 그래야 한다. 할미가 가보질 못해서 미안하고 할미 잊아묵지도 않고 멀리서도 전화해줘서 고맙다. 착실하고 착해가꼬 타지 나가서 고생은 안 하는가 모르겄다. 사람이 모진 데도 있고 그래야 잘산다. 할미는 잘 묵고 있지. 니는 할미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