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 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
윤선영 편역 / 홍익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하늘 천(天), 땅 지(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黃)~~~”

나는 사극에서 ‘천자문’을 처음 접했다. 한때, 밤 열시만 되면 여러 사극물이 안방을 쥐락펴락 했었다. 장희빈을 비롯해 대장금, 사도세자 등 한복을 입고 열연하던 배우들의 인상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마다 스치듯 지나가던 서당의 모습은 대개가 비슷했다. 회초리를 든 훈장님이 아이들에게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을 노래하듯 말하면, 뒤에 이어서 아이들이 앵무새처럼 그 문구를 따라한다. 뒤이어 조는 아이가 나오고 회초리는 그 아이의 차지가 되며, 클로즈업! 그 아이 혹은 그 아이 옆에 앉은 아이가 주인공이 될 확률 99%로 드라마는 진행된다.

사극에서 단골로 나오는 이 장면에서 읊어지는 문장은 천자문이다. 아마 천자문을 다 외우지는 못해도 이것이 천자문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알터이다.


천자문(千字文)은 천 개의 한자로 만들어진 글이다. 대부분 그저 한자를 배우기 위해 만들어진 한자 교본이라고만 알고 있는데, 실은 중국 고대 양(梁)나라 때 만들어진 사언고시(四言古時)라고 한다.

자연 현상이나 인륜 도덕 등 인간 생활과 관련된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1,000자의 글자는 한 글자로 겹침이 없이 250구의 유려한 문장과 내용으로 지어졌다고 하니, 지은이는 일필휘지의 능력을 지닌 문장의 천재였거나 황제의 명을 받은 죄로 매일 밤 머리를 쥐어 뜯으며 이
정교한 시를 만들었을 것이다.

천자문에 나오는 주제는 천상계와 자연현상, 고대 중국의 문명과 발전, 역사적 인물의 고사까지 이야기의 범위가 폭넓어 동양철학은 물론 인문학의 뿌리가 되는 최고의 고전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한 번에 단숨에 읽기보다는 한구절씩 곱씹어 들춰보는 매력이 있다. 폭넓은 통찰과 깊은 사유를 통해 만들어진 글이니 단순한 한자 습득을 위해 배우기 보다, 온 우주를 통찰하는 깊은 울림의 문장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 사언고시(四言古時) : 한 구가 넉 자로 이루어진 한시


•첨언•

한자(漢字)는 참으로 매력적인 문자이다. 글자 하나하나에 뜻과 의미가 담겨있어 함축적이며 경제적이다. 어떤 것은 모양을 형상화하여 만들고, 어떤 것은 모양과 의미를 합치는 등 끝도 수많은 글자를 만들어내었다. 현재 통용되는 한자는 5,000자 정도로 보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1,000자 정도만 알아도 한자를 사용함에 무리가 없다.

한글의 70%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어 한자를 많이 알수록 문장의 뜻을 파악하기가 쉽다. 한글이 우수한 글자이고, 한자는 중국에서 만들어져 이를 사용하는데 배타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으나, 우리나라에서도 한자를 오랜 시간 사용해 우리의 문화에 깊이 뿌리 박혀있는 만큼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어떨까 한다.



📚 책 속에서...
천자문은 인류가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자연과 우주의 원리와 법칙, 그리고 만물의 현상 변화와 흐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동양사상에서 만물의 생성 원리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음양(陰陽)의 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야 만물이 생성되고 변화한다는 원리 속에서, 음양으로 구분되는 가장 대표적인 기본 개념이 바로 하늘과 땅이 될 것입니다. 이에 천자문의 시작은 음양의 기본 개념인 하늘과 땅, 즉 천지(天地)라는 두 글자부터 언급하고 있습니다.

📚 책 속에서...
‘영음찰리(聆音察理)’와 ‘감모변색(鑑貌辨色)’은 소리를 잘 듣고 모습을 잘 살펴서 항상 주의를 잘 기울여야 함을 말한 문장입니다. 공자께서는 『논어』 「안연」에서, 남의 말과 안색을 잘 살피는 사람[察言而觀色]은 나라에서나 집안에서나 반드시 통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눈과 귀가 다른 사람에 비해 밝은 총명한 사람이 되어서 이치를 살피고 기색을 분변해야 하니, 그저 눈치로 잘 듣기만 하고 잘 보기만 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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