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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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일에 몰두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과 사랑에 빠질 것이다.”


식물을 사랑한다. 궁전같은 집은 아니었지만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봄이면 매화와 목련이, 여름에는 상추가, 가을이면 사과와 석류와 감이, 겨울에는 동백꽃이 피는 것을 보며 자랐다. 식물이 없는 곳은 마치 해가 사라진 그늘과 같았고, 공기정화식물 하나라도 키워야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식물은 내게 일종의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것 같았다. 나에게는 사랑이다.

주인공인 그녀도 나와 같다. 아니, 나보다 훨씬 쎈
강도로 식물을 사랑한다. ‘사랑’이란 걸 하지 않는 식물을 말이다. 식물은 통상 무생물로 통한다. 그래서 감정의 최고 단계라 이를 수 있는 ‘사랑’이란 없다고 인식된다. 하지만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사랑의 형태는 드러나진 않아도 ‘자람’과 ‘건강함’으로 자신의 당당함을,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한다.

인간의 사랑은 다양하다. 부모자식 간의 사랑부터 남녀간의 사랑, 친구나 동료에 대한 사랑 등 형태는 다르지만 그 뿌리는 동일하다고 본다. 식물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장시간 이동으로 시들시들하다가도 며칠간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보고, 영양제를 놓고, 병든 잎을 떼내어 건강한 아이들만 남겨두는 일련의 행동들을 식물들도 안다.

식물과 사랑에 빠진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 주인공의 마음도 그러했으리라. 그녀를 이해할수록 더더욱 깊어지는 마음은 진짜 사랑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상대방의 사랑이 아니라도 나의 사랑만으로 충분했음을, 더이상 멈추는 것이 의미도 없을 뿐더러 되지도 않는 것임을 알았으리라.

사랑이란, 그런 것이므로.....



📚 책 속에서...
“식물에는 뇌도 신경도 없어요. 그러니 사고도 감정도 없어요. 인간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환경에 적응해서 지구 여기저기에서 살고 있어요.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 그래서 저는 식물을 선택했어요. 사랑 없는 세계를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 책 속에서...
아니,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모토무라 씨를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후지마루는 그렇게 생각한다. 모토무라 씨가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까지 말하는 식물 연구에 대해 후지마루 또한 신기하고 수수께끼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으니까. 식물의 무엇이 그토록 모토무라 씨를 사로잡고 있는지 점점 더 알고 싶어진다.

📚 책 속에서...
뭔가를 지나치게 사랑해서 겁쟁이가 되는 건,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감정일 것이다.

📚 책 속에서...
이해는 사랑과 비례하지 않는다. 상대를 알면 알수록 사랑이 식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모토무라에 대한 후지마루의 마음은 그것과는 반대였다. 이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사랑하는 마음도 늘어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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