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살아갈까?

피부, 눈, 코 등 외모와 관련된 것부터 창자, 간, 폐, 자궁 등 아파야만 생각하게 되는 것들까지. 우리는 많은 부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하나씩 생각해본 적은 없다. 더군다나 몸의부분들을 문학적으로 풀어내 들여다본다는 것은 말이다.


“삶은 우리 몸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


기억을 더듬어본다. 귀는? 눈은? 창자는? 나의 인생에서 어렴풋하게라도 흔적을 남겼던 것은 무엇일까? 안과를 가고, 청력검사를 했다. 체했을 때는 검은피가 나오도록 바늘로 찌르기도 했다.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에는 창자 때문에 수술을 하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하나하나의 부분들이 흔적을 남겨두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들.. 내 몸에 각인되어진 삶의 흔적들이여...


어린 시절, 발바닥에 대못이 박혔다. 한창 개발되던 지역에 살던 나는 공사장에서 굴러온 못이 박힌 나뭇조각을 보지 못했다. 그날의 기억이 점차 뚜렷해진다. 엄마가 나를 꼬옥 안아주었고, 누군가는 깊게 박힌 못을 빼내었다.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통곡을 했고, 아마도 실신을 한 듯하다. 짧은 순간, 편린의 기억 만이 존재할 뿐.

발바닥을 살펴본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흔적조차 찾기 어렵지만, 기억만큼은 남아있다. 아마도 소꿉놀이를 하고 난 후일 것이다. 그때의 기억들이 조각조각 합쳐져 한편의 필름처럼 찰칵찰칵 스쳐 지나간다.

아마도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내 몸의 일부가 간직한 숨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내 몸의 상흔이 지워질 수 없는 이유는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 겪었기 때문이리라. 책은 열다섯명의 작가들이 각자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몸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몸 구석구석을 작가들과 여행하다보면 뜻하지 않는 깨달음도 얻는다. 특히 마지막, 자궁에 대해 쓴 글은 깊은 사색까지 하게 한다.


자궁이란 ‘인간 존재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


상상력과 관찰이 이다지도 대단할 수 있다니. 소재만으로도 놀랍다.



📚 책 속에서...
피부는 우리가 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할 때가 많다. 우리가 슬프고 화나고 절망스럽고 외로울 때면 피부는 부글부글 끓고 아프고 허물어진다. 대개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쩌면 거의 대부분 모를 수도 있다. 아는 것이라고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것들(일, 가족, 집, 정신)이 피부를 스멀거리게 만든다는 것뿐이다.

📚 책 속에서...
나는 시인으로서 시는 그 시의 풍성함으로 읽는 사람이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일시적인 호흡 장치 역할을 해준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나에게는 시를 읽으면서 시에 흠뻑 빠져드는 행위가 일상의 고됨을 버리고 다시 아름다움을 채울 수 있게 도와주는 교환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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