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룸 - 영원한 이방인, 내 아버지의 닫힌 문 앞에서 Philos Feminism 6
수전 팔루디 지음, 손희정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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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말하는 평범아라는 것이 기준은 있는걸까? 집단에 따라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때론 평범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에 준해 말한다면, 성의 정체성 같은 것들도 우리가 정해둔 일종의 선 같은 건 아닐까 생각된다.

잠시 들른 필리핀에서 게이를 알게 됐다. 그는 겉으로는 듬직하고 똑똑하며 남성의 모습을 취한 사람이었지만, 여자가 되고 싶은 희망에 빠져있는듯 했다. 웃을때도 입을 가리고 웃고, 우아하게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기를 좋아했으며, 결정적으로 잘생긴 남자들에게만 호감을 보였다.

필리핀에 잠깐씩 들르는 많은 한국 남자들이 그들의 성정체성을 드러낸다고 하며, 그들이 필리핀에서만큼은 그들에게 잠재되어 있던 성을 풀어헤친다고 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겪지 못했던 문화적 충격이었지만, 이내 그 문화에 젖어들었다.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대로라면 난 어떨까? 든든한 후원자이자 어릴 적 결혼상대였던 나만의 남자, 나만 사랑해주었던 아빠가 여자가 되었다면... 말이다. 사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가정이다.

이 책은 한권의 회고록이다. 홀로코스트 희생자였던 70대가 된 아버지가 여자가 되어 나타나 딸의 삶 전체를 뒤흔든다. 딸은 성정체성 뿐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까지 흔들리는 이 상황을 10년간 취재를 하여 기록해 두었다.

마초맨이었던 아버지의 변화를 보며 그녀는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남녀의 구분이란? 정상과 비정상이란? 선과 악이란?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까지. 그녀가 써내려간 한 권의 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 책 속에서...
76세에 여자가 되기로 했다는 아버지의 소식을 듣자 그 방화벽은 무너져 버렸다. (…) 개인적인 이야기가 결국은 정치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페미니즘은 결국 옳았던 셈이다. 우리의 사적인 삶과 공적인 삶 사이에 경계란 없다.

📚 책 속에서...
누군가 나에게 정체성을 밝히라고 한다면, 국적이나 직업과 같은 일반적인 것들과 함께 나는 여자이고 유대인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이름표 각각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과연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그 바탕을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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