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거 후회해?”-파리의 공원묘지를 거닐던 작가가 28세에 죽은뮤지션과 대화를 한다. 숙취 상태 였기 때문일까? 그들은 마치 야외 술집에서 가볍게 술 한잔을 걸치며 인생에 대해 논하는 듯 하다.-무슨 연유엔가 그들의 대화는 편안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어딘지 모르게 부유하는 느낌마저 든다.--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중국인 묘지에 간 적이 있다. 지도를 펼쳐든 나는 그날의 관광코스로 ‘중국인 묘지(Chinese Cemetery)’를 택했다. -친구는 기겁을 했다. 설득 끝에 어렵사리 찾아갔지만, 설상가상으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우산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저 겁먹은 친구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히 오버랩 될 뿐이다. -사람 사는 곳에는 모든 인생이 담겨있다. 그저 난 그 중 죽음을 보고 싶었던 것 뿐이다. 화려하고 멋지고 정돈된 것 말고도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그의 여행이 그렇다. 음침한 뒷골목에서 볼법한, 혹은 강어귀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할법한 진짜 삶을 들여다본다.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하고, 파리의 공동묘지를 돌아다니며 곳곳의 때묻음까지 만끽한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들을 천국 같았다고 한다. -날선 관찰력과 세밀한 감성 표현, 그리고 직접 그려넣은 일러스트와 사진은 작가와 그곳에 같이 있는듯한 느낌마저 든다.-오랜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났던 천국 같은 순간들. 그와 함께 그 순간들을 만끽해본다.---작가의 필명은 ‘생선’이다. 눈을 감지 않고 모든 것을 지켜보겠다는 일종의 각오라고 한다. 오래전 읽었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를 썼던 작가라고 하니 괜시리 반갑기만 하다.--📚 책속에서...나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물에 머리를 세 번 담갔다 뺐다. 그들은 나의 모습을 보고 자신들이 믿는 신이 인정받은 기분이었는지 나를 둘러싸고 즐거워했다. ...... 강 밖으로 나오려는데 어떤 할머니가 다가와 주름진 손에 강물을 담아 내 머리에 세 번 흘려주었다. ...... “이제 너의 모든 죄가 씻겨 나갔어.” -📚 책속에서...“죽은 거 후회해?” 28살에 죽었을 때와 변함없는 얼굴을 가진 그를 보며 물었다. “누구나 죽어. 나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만 살아 있었으면 더 괴로웠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더 이상 하고 싶은 일도 없었어.” 그는 헝클어진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대답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미련도, 기대도 없다면 오히려 아름다운 모습으로 죽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책속에서...그때 뱃사공이 팬티만 입고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내게도 들어오라 손짓했다. 나는 그의 부름에 홀린 것처럼 붉은 호수로 뛰어들었다. 물은 포근했고 발에 물풀들이 스쳤다. 기분이 오묘했다. 어떤 기분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만약 내가 죽는다면 여기로 와야겠다고 다짐했다.--#천국이내려오다 #김동영 #김영사 #여행에세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