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만 친절합니다 - 독일인에게 배운 까칠 퉁명 삶의 기술
구보타 유키 지음, 강수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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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독일을 간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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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심사대에서부터 무뚝뚝한 대응과, 순탄치 않은 호텔 체크인은 피로감으로 가득하게 했다. 동양인이라서 무시를 당하는건가 은근 분노가 치밀기도 했으나, 캄다운.... 그래. 참는 자가 이기는 자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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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그리던 유럽의 모습이 이렇단 말인가?! 무시는 기본, 맛난 음식도 없고, 백화점 화장실도 돈을 내고 써야 하다니..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 역시 외국을 나가야 애국자가 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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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을 독일에서 지낸 한국분을 만난 후로 여러가지 오해가 차츰 풀리기 시작했다. 다른 문화에 사는 다른 사람들. 그들의 눈에는 우리가 이상하게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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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십여년을 독일에서 산 저자가 독일인에게서 배운 삶의 깨달음에 관한 책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무뚝뚝한 독일인들. 그들의 생활방식에는 나름대로의 지혜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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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친절함을 바라지 않기에 나도 친절하지 않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으니 나도 피해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 남의 눈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쓸데없는 사치는 하지 않겠다. 나의 삶이 중요하니 일과 사는 구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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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명확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어찌 보면 참으로 냉정하고 개인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나는 그들의 담백한 삶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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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 난 그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 자식 간에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고, 나의 삶은 나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 나무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있지 않은가? 우주의 심오한 진리가 온 세상에 이미 널려 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너무 경시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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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지쳐, 삶에 지쳐 도망치듯 독일로 간 저자는 아래와 같은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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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의 생활은 스트레스받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재활 치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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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상으로부터 지키는 힘을 기르고 싶다면 독일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한번 살펴보라. 그들의 삶이 모두 대단하고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상처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시도해보기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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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렉스 타임제 :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는 독일의 근무시간 관리제도. 정해진 업무시간를 채우기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 클라인 가르텐 : 작은 집이 딸려 있는 임대식 정원. 독일인은 보통 퇴근 후나 주말에 이 임대식 정원으로 가서 채소와 과일을 가꾸거나 바비큐 파티를 열고 여가를 즐긴다.
* 알트바우 : 독일어로 풀면 ‘오래된 건물’이라는 뜻의 독일식 공동주택. 100년 이상 된 집이라 엘리베이터도 없고 시설도 낡았지만 신축 아파트보다 인가 높다.
* 게뮈트리히 : 덴마크어 ‘휘게(hygge)의 독일어 버전. 단순히 안락하고 기분 좋은 시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나’ 자신이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사람, 공간, 시간을 뜻한다.
* 칼테스 에센 : 직역하면 ‘차가운 음식’이란 뜻으로 불을 사용하지 않는 요리를 통틀어 가리킨다. 애써 요리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식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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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속에서...
독일인이 일 모드와 쉼 모드를 칼같이 전환할 수 있는 건 ‘일은 일’라고 생각하는 냉정한 사고방식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독일인은 퇴근 후 상사나 동료와 한잔하는 걸 내키지 않아 해요. ‘왜 일이 끝난 뒤에도 회사 사람과 있어야 하지. 그것도 업무인가?’ 하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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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속에서...
베를린에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 사정이 생겨 제가 쓰던 아파트의 방을 독일인 여성에게 넘겨주게 됐어요. 몇 개월 뒤 그 아파트를 찾았을 때 예전에 살던 방의 문을 열어보았어요. 해 질 무렵 어슴푸레한 방 안에는 양초의 노란 불빛이 일렁이고 있었는데 안락한 쿠션이 놓인 모습이 너무나 편안해 보였어요. 제가 살던 방과 같은 공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죠. ‘삶을 만끽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라고 실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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