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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글쓰기 사람의 글쓰기 - 불멸의 엄마를 위한, 불멸의 삶을 향한
백미정 지음 / 박영스토리 / 2019년 10월
평점 :
편집부에서 온 편지
‘귀하의 감동적인 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옥고는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지면에는 약간 어울리지 않음을
무척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편집부에서 오는 이런 거절 편지가 거의 매일 날아온다. 문학잡지마다 등을 돌린다.
가을 내음이 풍겨 오지만, 이 보잘것없는 아들은
어디에도 고향이 없음을 분명히 안다.
그래서 목적 없이 혼자만을 위한 시를 써서
머리맡 탁자에 놓인 램프에게 읽어 준다.
아마 램프도 내 시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말없이 빛을 보내준다. 그것만으로 족하다.
-헤르만 헤세-
위 시의 처음 4줄을 읽고는 반사적으로 훗, 소리가 코를 통해 나왔다.
<책에서>
글쓰기를 통해 엄마의 삶이 멸하지 않기를,
글쓰기를 통해 우리의 삶이 멸하지 않기를,
철저히 나의 입장이 아닌,
어느 정도 당신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책에서>
들어가는 글에서 이미 피식.
그녀 뿐 아니라 많은 문인들의 답답함이 배어 나오는 에피소드다. 헤르만헤세도 이러한 일을 겪었으니 누구라도 이 과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를일이지만, 나는 이 글을 읽고 그녀의 글센스에 매력을 느꼈다.
54편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그녀의 글은 솔직하다. 조금만 더 듣다간 구수한 욕도 함께 나올것 같은 기분이다. 일부러 꾸미려 들지 않으니 담백하고, 글쓰기에 대한 한을 풀어놓으니 솔직함이 배어 나온다.
세 남자아이의 엄마로서 어쩌면 포기할 수도 있었던 그녀의 글쓰기는 그녀의 오랜 꿈이자, 일상의
탈출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엄마라는 이름은 많은 것을 희생하고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쉬이 본인의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엄마의 이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 애써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노력이 너무나도 고맙다.
그녀의 용기가 많은 엄마들에게 위안이 되고, 용기가 되고, 웃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