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진님의 스타스트럭과 디스러브를 재밌게 봐서 눈여겨봤던 작품인데, 이번에 개정증보판이 나온데다 이벵까지 있어서 기쁘게 구입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이지만 알파x알파 구도임. 수 친구(오메가)가 외국에서 만난 공에게 수 전번을 뿌리는 바람에 수를 그 친구로 오해하고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인연이 시작된다. 수는 공이 자길 친구로 오해하고 있단걸 알면서도 심심풀이로 메시지를 보내고 통화를 하는 사이에 감정적으로 깊게 얽히게 된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공에게 정체를 밝히고 다가서지만 공은 당연히 기겁하고. 친구라도 되자고 질척대는 수와 칼같이 끊어내려는 공, 그렇게 끝날 인연 같았지만 피치못한 사정이 생겨 어쩔수없이 함께하게 되면서 둘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미인공 미남수. 표지에 안겨있는게 수인 줄 알고 일러레분이 캐 해석을 잘못했나 싶었는데, 외전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딱 맞는 일러스트였다. 안고있는게 수, 안긴게 공이었어. 웹툰도 있다던데 같은 그림체려나?
처음부터 거짓말과 기만으로 시작해서 파국밖에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발랄하게 진행된다. 수가 워낙 밝고 철없는 성격인데다 공도 수랑 엮이면 묘하게 유치해져서 티키타카 주고받는 대화만 봐도 웃기고 재밌음. 수한테 더럽게 꼬인 빌런 하나 때문에 살짝 긴장감도 느껴지고. 공수가 본격적으로 연애하기 시작하면서는 둘다 성인인데도 중고딩같은 깨발랄하고 풋풋한 느낌의 연애질이 계속된다. 뭔가 되게 귀여운 초보 연인들의 하루하루를 보는 것 같았어. 감정을 인정하고 사귀기까진 참 길었는데 막상 사귀기 시작하니 신혼마냥 달달하니 꿀떨어지더라. 알파끼리라는 것과 뭐하나 맞는 구석이 없는 이질적인 두 사람의 개성 때문에 안맞을 것 같았는데 희한하게 잘 맞데.
근데 수의 자존감 낮고 회피형인 성격이 발목을 잡는다. 공이 싫어할까봐 무작정 숨기고 거짓말하고, 문제를 직시하려하지 않고 자꾸 도망치려고만 해서 공의 인내심을 닳아 없애고 결국 폭발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니까 이해하려 노력하는 공과, 그렇기 때문에 포기하는 수의 대환장콜라보. 중반부터 대체 스토리가 왜 저렇게 흘러가나 이해가 안갈 정도였는데, 결국에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서로에게 받아들여지며 견고한 관계로 거듭나게 되었으니 옳은 선택이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