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해는 참 풍성한 것 같다. 여기저기 강연회며 낭독회며 북콘서트까지....
작가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 독자로서 너무 행복하달까.

특히 너무나 좋은 한국 작가들을 많이 알게되고, 가까이에서 보기까지 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12일 홍대앞 카페 이리에서 조경란 선생님의 낭독회가 있었다.

다른 낭독회와 조금 다른점은, 책이 출간되자마자 바로 열린 낭독회라는 것과 뮤지컬 배우 배해선님이 사회를 봤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맘마미아>때 오페라 글라스로 뚫어져라 쳐다보던 바로 그분이 내 눈앞에 있다니!

얼굴도 조막만하고 어찌나 이쁘시던지...캬아아>_<

 

 


배우 배해선의 축가-라는 순서도 있었는데 두 곡이나 열창해주셨다.

한 곡은 맘마미아에 삽입됐던 <I Have a Dream>이란 곡이였고 마지막 순서엔 카펜터즈의 <Top Of The World>였다. 낭랑한 목소리로 열창하는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게다가 말씀도 잘하셔서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그때그때 되살려주셨다.

 

 


6년만에 나온 장편 <혀>의 내용은 이러하다. 요리사 지원은 7년동안 동거한 남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그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게 되며 그들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사랑이 전부라고 믿었던 여자, 그리고 배신...그 속에 버무려지는 요리 이야기들....와~~정말 재미있을거 같다.

 

얼굴도 예쁘시고, 말씀도 사근사근 예쁘게 하시는 조경란 선생님. 독자들의 짓궃은 질문에도 조리있게 잘 대답해주셔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어떤 남자 독자가 "소설을 왜 읽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대답에 "외로움을 달래주니까요" 라고 대답하셨을땐 깜짝 놀랐다.....왜냐면 나도 쭉 같은 생각이였기 때문이였다.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는 내 외로움을 달래주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2004년 마지막 소설집을 내고 3년동안 지독한 슬럼프였다고 한다. 여기저기 여행도 다녀보고 구상도 해봤지만 뜻대로 안되셨다고. 그때 카프카의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책상앞에 앉지 않는 작가는 작가가 아니라는...] 그때 퍼뜩 깨닫고 몇달동안 집중해서 쓴 책이 바로 <혀>란다. 지독한 슬럼프를 떨치게 만들어준 책이라니...어떤 내용일지 더 궁금해졌다.

 

유난히 소설 제목에 음식을 연상시키는 제목이 많은 이유에 대해 물으니 96년 신춘문예에 당선되고도 원고청탁이 없어 거의 백수처럼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몸을 좀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에 제빵학원을 다니게 됐고, 거기서 <식빵 굽는 시간>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12년전부터 혀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다고 밝히셨다. 그리고 사랑에 벼랑 끝까지 몰린 여자의 심경도 그리고 싶으셨다고. 청춘의 한 시절과 그와 동시의 자신의 청춘도 담겨있다는 혀....과연 어떤 모습들이 담겨있을까?

 


 

아직 책을 읽기 전이지만 너무너무 읽어보고 싶어져 야금야금 펼쳐보고 있다. 작가가 설명해준 부분들이 나올땐 '아 그렇구나...'라는 이해와 함께.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독자는 작가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이런 자리는 참 뜻깊은것 같다. 시간이 되는 한, 좋은 강연회에 열심히 다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자리에서는 얻는것이...더 많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이 책을 집어들었을때는 몸이나 마음, 모두 지치고 힘들때였다.
책을 읽는 것조차 힘들때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란 제목이 내게 말을 걸어왔기 때문이였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일제시대때 징용군으로 끌려간 할아버지는 결국 나라에서도 버림받고 손자에게 입체누드 사진 한 장을 남기게 된다. 그리고 정민의 삼촌은 누구에게나 촉망받는 우등생이였으나 폭력적인 사건을 겪으며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강시우는 어떤가. 곁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직접 맞닥뜨리고, 몇번씩이나 계속되는 고문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었다.

삶의 언저리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필연적인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우연적인 이야기가 한데 뭉치고 엉켜 커다란 역사적, 시대적 상황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헌데 서로간의 필연보다는 우연으로 뭉쳐진 이야기들이 왜 이렇게 내 가슴을 치는 것일까.

<이 세계는 그렇게 여러 겹의 세계이며, 동시에 그 모든 세계는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믿자! 설사 그 일이 온기를 한없이 그리워하게 만드는 사기꾼이자 협잡꾼으로 우리를 만든다고 하더라고. 그 세계가 바로 우리에게 남은 열망이므로 -374p>

우리가 여러겹으로 알고있는 세상 역시 하나이므로 그들이 들려주는 우연적인 이야기 역시 하나일 것이다....그리고 그 이야기가 전해주는 이야기,이야기들 역시 하나이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슬퍼할 필요 없다. 각 개인은 홀로인듯 외로워 보이지만 결국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로 모이게 되어있고,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과 추억에 기대어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보면 결국 우리엔 하나이므로. 그러니까 넌 슬퍼하거나 외로워할 필요 없다. 혼자 웅크리고 앉아있을 필요 없다...라고 책이 내게 말을 해주었다.

내가 해야할 일은 다만 용기를 내어 용감하게 나의 이야기를 하면 될 뿐. 그것뿐이다. 두가지 잔상이 합쳐져야 제대로 볼 수 있는 입체누드 사진처럼 수많은 개인의 이야기가 합쳐서 하나로 모이면 결코 외롭지 않고 우연조차 필연으로 바뀌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소리내어 이야기 해라. 그러면 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있어줄 다른이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몇번이고 정독하며, 책이 들려주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정말, 오랜만의 온몸이 따뜻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평범해 보이는 사람조차, 그 사람의 인생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온갖 모험과, 사랑이 흥미진진하게 엮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집트 의사 시누헤 또한 나에게 그의 인생을 꽤 가까이에서 들려준 셈이 된다.

시누헤는 시누헤 자신의 이야기이자, 이집트 역사에 대한 내용, 파라오 아케나톤의 혁명, 그리고 그속에 아스러져간 민중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있다.
역사소설을 읽으면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먼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은 항상 똑같은 풍경이고, 부자들과 정치하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어느 한 선을 결코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케나톤의 혁명은 어느 시대에서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꿈에 지나지 않았고, 그 대가로 아케나톤은 역사에서 지워졌다.
대신 그 자리는 부와 명예를 탐내는 사제 아이와 전사 호렘헵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파라오 아케나톤이 현시대에 부활한다고 해도 그는 처참히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파라오의 자리는 아이나 호렘헵 같은 인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아케나톤의 사상은 그저 묻혀버리고 마는 것일까?
아니다. 시누헤같은 사람이 곁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그의 생각을 온 몸으로 흡수해 가난한 민중들을 껴안았으니 헛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시누헤 역시 파라오처럼 현실에 저항한 인물이였다. 남들이 묻지 않는 것까지 <왜>라고 물으며 지식을 탐구했고, 좀 더 많은 지혜를 얻기 위해 여러나라를 다니며 위험을 무릅쓰기도 했다. 그 결과 파라오의 사상을 온 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 한사람의 이집트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시누헤는 파라오에게 <홀로인 자>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평생을 홀로 외롭게 살아갔다. 마지막까지 그는 혼자였지만 그의 사상은 외롭지 않았다. 끝까지 자신의 친구이자 파라오였던 아케나톤의 사상을 전파했고, 가난한 사람들을 껴안았다. 그래서 책을 덮는 마지막장까지 시누헤와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출생에서부터 노년까지 그 여정을 지켜보는 일은 나에게 매우 흥미로웠다. 시누헤의 로맨스와 여러 나라들의 여행, 그리고 마지막 유배지까지 따라가는 동안 숨쉴틈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인간의 눈물과 웃음, 인간의 슬픔과 공포, 그리고 인간의 선량함과 사악함, 정의와 불의, 나약함과 강건함 속에 깃들어 살아갈 것이다"

동시대의 사람보다 한 발 앞서 살아갔던 시누헤.
당분간은, 인간들의 모습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보느라 분주할 것 같다. 홀로인 자, 그 시누헤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뼈아픈 차별주의 정책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들 마음대로 정해놓은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무자비하고 모호한 이 법은 수많은 흑인들을 암흑속에 몰아넣고 절망만을 주었다.

그들이 저항한 이유는 오직 단 하나였다. <자유>

인간이 당연이 누려야할 것을 누리지 못한 자들의 외침은 수세기동안 이어져왔고, 마침내 <넬슨 만델라>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대통령에 선출된다. 

그 수년동안 흑인들은 백인들의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흑인들은 자신의 고향, 출생성분등이 적힌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했고, 불신검문에도 응해야했다. 또한 백인들의 편의를 위해 흑인공동거주지역으로 쫓겨나기도 했다.(올가미中)  그리고 흑인 아이들은 제대로 된 고등교육이 아니라 '반투 교육 제도'라는 저급한 노동만을 위한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그 교육에 거부한 수많은 학생들이 경찰의 총탄아래 쓰러져만 갔다.(타자기中) 그리고 백인들은 흑인을 한 인간이 아닌 도구로만 생각했고 '야 이 검둥아' '그 계집애'라고 지칭했다. 물론,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흑인에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분노에 함께 분노했고, 그들이 저항에 함께 동참했다.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특히 그들처럼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가난한 이들이 모든것을 가진, 그것도 총을 들고 있는 백인에게 저항하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저항을 멈추지 않았고 현재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이루는데 한 몫을 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 가진자가 없는 자를 차별하고, 권력을 가진 자가 밑바닥의 없는 사람들을 차별한다. 부당하게 느껴질때가 많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많은 흑인들의 소리없는 저항을 생각하게 된다.

그들이 이뤄낸 <자유>를 눈으로 목격하며 내 주변에 보이지 않는 차별도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용기에, 그들의 저항에 박수를 보낸다.

"우분투 웅구문투 웅가반예 아반투.........한 무족은 다른 부족을 통해서 하나의 부족이 된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는 우리가 남을 대하는 방식대로 우리의 모습을 띠게 된다는 뜻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나기를 위한 시원한 책읽기!
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표지에 쓰인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는 문구가 예사롭지 않다.
왠지...이 책을 읽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다잡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이다. 미노루가 어떻게 해서 사람을 죽이는지, 살육에 이르는 과정을 세 사람의 화자가 번갈아가며 재구성해서 보여주고 있다.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미노루와, 미노루의 어머니인 마사코, 그리고 미노루에게 지인을 잃은 전직 형사 히구치. 세사람의 눈을 통해 살육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의 흰 목에 두 손의 엄지를 대고 힘을 주었다.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연골 같은 것이 부러지는 감촉이 손가락을 통해 느껴졌다.>

미노루는 살인과, 시간을 통해 자신이 여지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최고의 섹스를 경험하게 되고 점점 그것에 집착하게 된다. 정상적으로는 사랑할 수 없는 인간, 살인과 섹스를 동일시하게 되는 인간...
그것이 바로 미노루이다. 내재되어 있던 그의 병은 살인을 통해 점점 대담해지고, 치밀해져가고.....잔인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장은 분 단위로 세사람을 번갈아가며 비추고, 마지막 반전을 향해 치밀하고, 빠르게 달려간다. 마지막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반전은....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연쇄살인범들의 바탕에는 비정상적인 성적 집착이 깔려있다고 읽은바 있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정상적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늘 실패한다. 대신 변태적인 방법에서 흥분하고, 그것에 점점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한 인간이 살육에 눈뜨고 그것에서 환희의 정점을 맛보며 빠져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는 여자 독자입장에서 편하게 볼 수는 없었다. 실제로 눈으로 보는것보다 머리속으로 상상하는 미노루의 살육 장면은 정말 끔찍하고 끔찍했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밤,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하고 충분하다.
미노루의 광기를 지켜보고 있으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