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지 않는다는 것 - 하종강의 중년일기
하종강 지음 / 철수와영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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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인 하종강씨에 대해 내가 아는 건 극히 적은 지식이다.
노동 운동가...라는 것 정도? 그래서 책 내용도 전투적이고, 사람을 고무 시키고, 노동 운동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으리라 지레짐작 했었다.
사람들에게 철 좀 들라고...그런 의미로 제목도 이리 지으셨다보다...혼자 짐작했었다.

하지만 그런 내 짐작은 한참 벗어나고도 벗어난 것이였다.
'하종강의 중년일기'라는 소제목처럼 본인이 노동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가족 이야기, 삶 이야기들이 일기처럼 차례차례 어우러져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속에, 나를 뉘우치게 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이런 것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질 때 나같은 사람은 '커피 마시면서 음악듣기 딱 좋다'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감상적인 포스팅을 올릴때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에선, 농민들이 물에 잠겨가는 논을 보며 한숨지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가슴 아픈 사람들을 이해하자고 말씀하시는 부분에선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노동 운동 역시 그렇다. 상대적으로 힘있는 자본가나, 정부를 향해 소시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작은 목소리를 여럿이는 내는 것일거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도 있는것을 나는 너무 내 자신만 바라보며 살았다. 그래서 하종강님의 삶을 들여다보며 많이 부끄러웠고,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노동 운동을 한다고 모두 감정이 없는건 아니라고 하셨다. 그들도 사랑이 있고 꿈이 있을터. 철들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나쁜 물이 물들지 않고 올곧이 자신만의 신념을 실천하는 것...바로 그것이 철들지 않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일거다. 

나는 어떤가? 철이 들었는가...그렇지 않은가...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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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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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깊이 빠진 사람과, 미식가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 둔 그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얼굴에 기쁨이 충만하게 어려있다. 미식가 또한 같은데, 자신이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을 눈앞에 두면 그 음식에 대한 기대와 기쁨으로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랑에 빠진 사람과 미식가 사이에 중요한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혀>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해" 라는 말,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라는 말...모두 를 통해 몸 안에서 바깥으로 뱉어지게 된다. 미식가가 음식을 맛 볼 때 또한, 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혀의 앞부분에서 뒷부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을 이용하여 음식의 맛을 음미하기 때문에 그렇다.

 

요리사인 지원에게 있어 혀는 특히 더 중요한데, 사랑했던 한석주와 함께 이야기하고, 사랑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었던 기억들이 모두 혀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끝났을때 그녀는 미각을, 식욕을 잃어갔고 반대로 분노를 느낄때는 여러 음식들을 먹어치웠다.

 

사랑은...끝날수도 있고 현재진행형 일수도 있다. 사랑을 계속하는 사람이나 끝난 사람이나 추억은 언제나 존재하고, 추억은 각자 사람마다 무의식중에 존재하다가 어느 순간 불쑥불쑥 꺼내지기 마련이다. 요리사 지원에게 그 추억은 음식, 그리고 와 연관되어 있고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서술하면서 그와 관련된 여러가지 음식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다.

 

책의 곳곳에 서술된 음식을 상상하며 단순히 좋아할 수 많은 없었던 것이 그 음식 안에 그녀의 마음과, 추억이 섞여있기 때문에...그리고 그녀와 같이 음식을 만들며 나 또한 가슴이 아팠기 때문에 군침을 흘리기보다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지원은 한석주를 기다린다. 자신보다 훨씬 아름답고 많은 것을 가진 이세연과 사랑에 빠진 한석주를 기다린다. 돌아올 거라고...그렇게 믿으며 기다린다. 어느 한 쪽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모든 게 예전처럼 돌아갈 거라고. 하지만 한석주는 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잡지 속에서 세연과 꿀을 바른 손을 맞대고 활짝 웃고 있을 뿐이다. 자신과 함께 하자고 약속했던 바로 그 집에서.

이제 지원은 한석주를 기다리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대접할 혀요리를 준비할 뿐이다. 그 혀 속에는 지원과 한석주가 함께 나눈 사랑이 있었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던 추억이 있고, 한석주가 "사랑해"라고 말하던...그러나 결국 변하고 말았던 사실들이 숨어있다. 그런 혀 요리를 마지막으로 준비한다. 최고로 멋진 재료들과 함께...

 

사랑은 결국 변한다. 혀 속에 숨어있는 미각 역시 변할까?

사랑에 상처입은 사람들은 겉보기엔 그 상처가 잘 아문듯 보이지만 그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름이 흐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고름이 흐르는 음식을, 혀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랑이 변하고 미각이 변하면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지원과 함께 마지막 요리를 준비하며 그녀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혀 요리를 지원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음미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 혀는 사랑하는...맛보는...그런 중요한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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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 -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
스티븐 데이비스 지음, 이경하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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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이카는 아름다운 나라 중 한 곳이다. 특히 밥이 태어난 세인트앤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곳이다. 하지만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속에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그 속에서 밥 말리가 태어났다. 첫 노래의 시작은 울음이였다고 말했을 정도로 노래엔 슬픔과 상처가 담겨 있었다.

자메이카는 카리브해의 아름다은 섬나라로 지금은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사실 노예의 역사이고 그로 인한 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노예매매시대에 가장 큰 노예 시장의 바탕이 되었던 중간지역이었고 줄곧 노예들에 대한 억압과 희생 그리고 그에 대한 항쟁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그런 고향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밥 말리 역시, 백인의 중년 대령과 10대 흑인 소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어머니와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로 반복하며 힘든 10대 시절을 보냈다. 그때 그를 위로한건 울음처럼 터져나온 음악이였다.

빈민가의 사람들을 위로한 건 음악이였듯이, 그 당시 젊은이에게도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음악이였다. 밥은 친구들과 함께 그룹을 결성해 노래하게 된다. 그 당시 집도 없이 떠도는 밥 말리에게 음악은, 살아갈 유일한 희망이였으리라.

당시 빈민가에는 루드 보이들이 폭동을 일으키며 여기저기 소란을 일으킬때였다. 밥말리와 웨일러스의 단원들 역시 루드 보이들의 정신을 기리며 혁명의 한 틀을 서서히 잡아가게 된다.

1975년 <여인이여 울음을 그쳐요(No Woman No Cry)>가 최초의 국제적 히트곡이 되면서 '혁명가 밥 말리' 의 선전은 절정에 달했다. 이 '혁명' 은 앨범 제목이기도 한 '라스타 혁명' 혹은 라스타주의라고 불렸다. 

라스타주의는 1970년대 중반, 그러니까 좋은 시절이 다 지나고 경기침체와 사회불안이 세계를 뒤덮을 무렵 대안적 사상으로 주목받았다. 정치적 행동주의든, 은둔적 유토피아주의든 '1960년대의 잔치' 가 끝나고 파리만 날리던 시점에서 라스타주의는 흑인운동의 범세계적 이데올로기가 되었고, 밥 말리는 행동주의와 유토피아주의 모두를 체현한 인물이 되었다. 1978년에는 그간의 인도주의적 업적을 인정받아 '5억 아프리카인을 대표하여' UN 평화메달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 자메이카로 돌아와 암살 위협을 받으면서도 '사랑과 평화의 콘서트'를 개최하여 게토들 사이의 적대행위를 종식할 것을 호소했다. 1980년에는 집바브웨 독립 경축행사에 헤드라이너로 초대되어 생애에서 가장 영광스런 순간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듬해 신화로 길이 남는 인물의 공통조건인 '요절'로 세상과 하직했다.
 
음악에 저항을 실은 인물 밥 말리, 그가 울음같이 토해내는 음악을 들으며 그가 전하고자 하는 사상에 깊이 빠져보았다. 음악은 우리에게 평안을 주기도 하고, 안식을 주기도 하지만...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음악의 특성상 그 메시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밥 말리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의 시작부터 시작된 울음같은 노래를 자메이카 사람들에게, 그리고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린 것이다.
 
흔히 포스터에서 볼 수 있었던 웃는 그의 얼굴 뒤에, 얼마나 처절하게 삶을 살아왔는지, 음악을 해왔는지 숨겨진 이면을 볼 수 있었다.
 
그가 내게 들려운 음악은, 저항정신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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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 동성애는 유전자 때문인가 고정관념 Q 2
공자그 드 라로크 지음, 정재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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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성애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건 미국드라마 <queer as folk>를 보면서였다.
자유분방할 것만 같았던 미국에서조차 gay들이 살기 얼마나 힘든지, 차별의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그들의 사랑과 함께 잘 풀어나가 넋놓고 본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 뿌리깊게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대해 질문하며, 동성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흔히 우리는 동성애가 병이라고 생각한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신의학에서 병의 한 종류로 구분되었다고 하니, 이 생각 역시 뿌리깊은 고정관념이라 할 수 있겠다. 학자들과 의사들이 여러차례 실험과 관찰을 되풀이한 결과, 그것은 병이 아니라 그 사람이 타고난 성적 성향일 뿐이라는게 밝혀졌다.

또한 동성애하면 떠오르는 '항문성교'로 인해 생식보다는 불임에 가까운 그들을 두고 종교와 사회에서 탄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성애자들 역시 성적 쾌감을 위해 항문성교를 이용한다는 연구결과는 그들의 탄압이유가 될 수 없다는걸 설명해준다.

이처럼 우리가 막연히 사회로부터 영향받은 고정관념에 대해 19가지로 깊이 설명하며 동성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또한 queer as folk에서 내가 가장 가슴 아팠던것은 사람들의 뼈아픈 차별의 시선이였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며, 우리와 같은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와 성적취향이 다를 뿐, 사랑하고 아파하고 눈물 흘릴줄 아는...그런 사람들인 것이다.

고등학생인 저스틴 역시 부모와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동성애를 포기할 것을 강요받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면 평생 남은 삶이 불행해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동성애는 유전적인 영향도, 그렇다고 병도 아니다.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고민끝에 자살하는 비극적인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동성애를 그냥 단순히 혐오만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내는 목소리를 주의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우리의 고정관념으로 그들을 비판하거나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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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해는 참 풍성한 것 같다. 여기저기 강연회며 낭독회며 북콘서트까지....
작가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 독자로서 너무 행복하달까.

특히 너무나 좋은 한국 작가들을 많이 알게되고, 가까이에서 보기까지 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12일 홍대앞 카페 이리에서 조경란 선생님의 낭독회가 있었다.

다른 낭독회와 조금 다른점은, 책이 출간되자마자 바로 열린 낭독회라는 것과 뮤지컬 배우 배해선님이 사회를 봤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맘마미아>때 오페라 글라스로 뚫어져라 쳐다보던 바로 그분이 내 눈앞에 있다니!

얼굴도 조막만하고 어찌나 이쁘시던지...캬아아>_<

 

 


배우 배해선의 축가-라는 순서도 있었는데 두 곡이나 열창해주셨다.

한 곡은 맘마미아에 삽입됐던 <I Have a Dream>이란 곡이였고 마지막 순서엔 카펜터즈의 <Top Of The World>였다. 낭랑한 목소리로 열창하는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게다가 말씀도 잘하셔서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그때그때 되살려주셨다.

 

 


6년만에 나온 장편 <혀>의 내용은 이러하다. 요리사 지원은 7년동안 동거한 남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그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게 되며 그들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사랑이 전부라고 믿었던 여자, 그리고 배신...그 속에 버무려지는 요리 이야기들....와~~정말 재미있을거 같다.

 

얼굴도 예쁘시고, 말씀도 사근사근 예쁘게 하시는 조경란 선생님. 독자들의 짓궃은 질문에도 조리있게 잘 대답해주셔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어떤 남자 독자가 "소설을 왜 읽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대답에 "외로움을 달래주니까요" 라고 대답하셨을땐 깜짝 놀랐다.....왜냐면 나도 쭉 같은 생각이였기 때문이였다. 소설을 읽는 진짜 이유는 내 외로움을 달래주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2004년 마지막 소설집을 내고 3년동안 지독한 슬럼프였다고 한다. 여기저기 여행도 다녀보고 구상도 해봤지만 뜻대로 안되셨다고. 그때 카프카의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책상앞에 앉지 않는 작가는 작가가 아니라는...] 그때 퍼뜩 깨닫고 몇달동안 집중해서 쓴 책이 바로 <혀>란다. 지독한 슬럼프를 떨치게 만들어준 책이라니...어떤 내용일지 더 궁금해졌다.

 

유난히 소설 제목에 음식을 연상시키는 제목이 많은 이유에 대해 물으니 96년 신춘문예에 당선되고도 원고청탁이 없어 거의 백수처럼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몸을 좀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에 제빵학원을 다니게 됐고, 거기서 <식빵 굽는 시간>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12년전부터 혀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다고 밝히셨다. 그리고 사랑에 벼랑 끝까지 몰린 여자의 심경도 그리고 싶으셨다고. 청춘의 한 시절과 그와 동시의 자신의 청춘도 담겨있다는 혀....과연 어떤 모습들이 담겨있을까?

 


 

아직 책을 읽기 전이지만 너무너무 읽어보고 싶어져 야금야금 펼쳐보고 있다. 작가가 설명해준 부분들이 나올땐 '아 그렇구나...'라는 이해와 함께.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독자는 작가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이런 자리는 참 뜻깊은것 같다. 시간이 되는 한, 좋은 강연회에 열심히 다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자리에서는 얻는것이...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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