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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책
김이경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 세월, 인류는 책과 함께 해왔다. 영생의 삶을 살지 못하는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 했고, 그 바람은 책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전해졌고, 이야기에 이야기가 더해져 책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누군가의 삶을 생각하고, 그와 동시에 나의 삶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책은, 그렇게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순례자의 책'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책을 바라보며, 생각보다 오래된 책의 역사에 놀랐다. 문자도 없고, 종이도 없던 시절에는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해진 구전이 있었고(살아 있는 도서관), 책 자체가 귀하던 시절에는 사람이 책을 짊어지고는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책을 빌려주기도 했다.(들은 대로, 카시혼야) 책이 새겨지는 가죽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사람의 가죽을 쓰기도 했으며(비블리오마니아의 붉은 도서관), 책을 위해 최고의 도서관을 갖춘 집에 시집가기도 했다(꿈).
문맹률이 적고, 책이 보편화된 지금이야 책을 읽는 것이 더 이상 사치가 아니게 되었지만, 먼 옛날에는 책을 읽는다는 건 곧, 권력을 상징했다. 그래서 권력을 움켜쥐고자 책을 꼭 끌어안고 혼자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곳에 보관했으며, 혹은 책을 불태워 남이 가지지 못하게도 했다. 그래서 책의 적의 등장하는 다니씨는 진정한 책의 적은, 애서가라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일지도 모른다고 한 것이리라.
책은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인류와 그 역사를 함께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인간의 살아온 역사만큼, 책의 역사도 존재할 것이다. 책에서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조명할 수 있다면 책의 가치는 그만큼 무한한 것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책은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순례자의 책'의 저자는 책의 여러 가지 면을 소개하면서, 책을 더 아끼고 사랑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해보았다.
애서가라고 자신 있게 말하려면, 우선 책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책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애서가이자, 진정한 비블리오마니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