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리스베트

밀레니엄 2 - 하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ㅣ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밀레니엄 1을 읽으면서 리스베트에게 강한 호기심이 생겼더랬다. 조그마한 그녀는 대체 누구이길래, 사회의 그 누구와도 깊은 인연을 맺지 않은 채 혼자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헤데스타드의 기괴한 사건을 비롯해 베네르스트룀의 사건을 속시원히 해결한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리스베트는 결국, 함께하지 못한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한 리스베트는 미카엘의 우정까지도 의심한 채 멀리 여행을 떠나버리고, 그렇게 일년 이상을 미카엘에게서 떨어져있게 된다. 그 동안 잡지 '밀레니엄'은 스웨덴 고위층과 동구권 여성 인신매매단과의 치욕스런 역사를 추적할 특집호를 발행하려 분주히 준비하는데 이 특집호에서부터 서서히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처음에는 착취당하는 여성들과, 그들을 돈으로 산 남자들이 얽힌 지저분한 문제로만 인식했었다. 하지만 특별호를 준비하던 다그 스벤손와 미아 베리만이 그들의 아파트에서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미카엘은 점점 수렁속에 빠진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살인범이 리스베트로 지목되면서 미카엘은 고민하게 된다. 이 복잡한 상황속에서 리스베트를 믿어야 할지, 아니면 그녀를 떠나야 할지.

하지만 미카엘은 진실한 우정을 믿는 사람이였고, 리스베트의 무죄를 믿었다. 그래서 자신의 친구들을 죽인 고약한 살인범을 뒤쫓는 한편, 리스베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기 시작한다. 그렇게 취재를 시작하면서 베일속에 가려져 있던 '살라'의 정체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리스베트를 어둠속에 몰아넣었던 '모든 악'의 실체가 밝혀지게 된다.

밀레니엄 2는 속편이라기 보다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편에 이어진 주인공들의 재등장과 더불어, 리스베트의 과거사가 다채롭게 펼쳐지면서 이야기 구조가 더 흥미롭게 흘러간다. 결국, 책을 손에 잡으면 밤새 읽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1편에는 여자를 무섭게 증오한 남자들이 등장한다. 2편 역시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돈으로 어린 여자애들을 사서 거리낌없이 유린한다. 또한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만으로 깔보고 무시한다. 경찰팀에 속한 소니아 형사 역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파스테 형사에게 무시당한다. 그리고 리스베트!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권리를 철저히 박탈당했다. 그래서 그렇게 어둡고 공격적인 성격을 갖게 된 것이리라.

결국, 미카엘은 리스베트를 구한다. 하지만 그 여정을 따라가는건 그리 녹록치 않다. 3중 살인의 용의자로 목격된 리스베트, 그리고 이어지는 납치와 폭력등은 쉽게 읽어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결코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3권에서 미카엘과 리스베트는 또 어떤 사건을 만나게 될지. 책을 펼치기도 전에 심장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