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은 없다 - 세계 최초, 유기동물 호스피스에서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알렉시스 플레밍 지음, 강미소 옮김 / 언제나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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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아픈 반려견이 코를 골고 자고 있다. 코를 골다가 호흡을 멈추기도 하고, 깊은 잠에 빠지면 코를 안 골아도 호흡을 멈춘다. 낮에는 새소리와 주변 소음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짖어대기 바쁘지만, 밤이 되면 비상이다. 지켜보고 있다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 위해 움직이는 배가 멈춰버리면 흔들어서 깨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펼치기가 조심스러웠고 읽기 시작하는 순간 무서웠다.

“그래, 이 모든 일은 ‘매기’로부터 시작되었다.”

남자는 한쪽 발로 개를 걷어찼다. 개가 움찔하더니 본능적으로 남자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매기와 알렉시스 플레밍과의 만남에서 중요한 건 안정보다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다.

“하하, 물에 들어가 있으면서 물기를 털어 내면 뭐 하니, 매기!”

매기는 과거를 잊은 채 밝고 활달한 아이로 성장했지만 알렉시스 플레밍은 크론병 진단을 받게 된다. 잠시 매기와 떨어져 지낼 때는 알렉시스 플레밍의 엄마가 아주 다정한 방식으로 매기가 무엇을 했는지 메시지로 알려주었다.

“안녕, 엄마! 오늘 할머니와 호수에 갔어. 커다란 막대기를 들고 물놀이하다가 물기를 마구 털었더니 할머니가 흠뻑 젖었지 뭐람. 사랑해, 엄마. - 매기가”

그리고 매기의 병.

매기는 평소처럼 즐겁게 정원을 돌아다니며 냄새 맡고 일광욕도 즐긴다. 밥도 잘 먹고 아픈 기색도 전혀 없다. 하지만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건 매기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늘 궁금하다. 아이의 아픔의 강도와 슬픔의 정도가. 옆에서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하고 눈물만 나지만, 한결같이 혀를 내밀어 볼에다 손에다 사랑을 표현하는 아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끝까지 선물 같은 녀석이다.

“매기야, 사랑해. 널 정말 정말 사랑한단다.”

사랑한다는 말에 오글거리는 타입인데 아픈 아이를 곁에 두니 밥 먹는 것보다 더 신경 써서 진심을 다해 말을 한다. 알렉시스 클레밍의 한마디 한마디가 공감으로 가득하다. 매기의 수술 위험성을 인지하고 수술하였으나 결과는 좋지 않아 결국 안락사를 하게된다.

“내가 알고 있던 세상도 끝났다.”

무섭고 두려운 세상과 마주했다. 사랑스러운 아이가 없는 세상. 아픈 아이를 보며 상상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던 세상. 위 문장을 읽는 순간 모든 게 멈춰버리는 것 같았다.

“매기가 혼란스럽게 보냈을 시간들을 상상했다. 녀석은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홀로 내버려 뒀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혼자 죽었지만, 나는 녀석이 사랑으로 가득한 삶을 살다 갔다고 되뇌었다. 그것만이 지금의 고통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슬픔 속에서 미소를 짓게 했던 ”매기 플레밍 동물 호스피스’는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새로운 만남은 이어지고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는 고통스러웠지만 다행히 빠르게 지나갔으며 꽤 침착했다. 경험과 수용의 결과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살아가며 경이로움, 공포, 미지의 무언가를 통제할 수 없고, 사건도 죽음도 계속 일어나기에 그것이 삶이라고 알렉시스 플레밍은 말한다. 삶이 끝날 때 죽음을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이 가장 평화로운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끝나는 순간에 어떻게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하기도 싫다. 하지만 다가올 일은 없어지지 않는다. 죽음을 최대한 평화롭고 존엄하게 만드는 일에 앞장선 알렉시스 플레밍의 ‘작은 생명은 없다’를 통해 이별의 아픔을 당겨 느끼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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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숲 차 - 나의 몸을 존중하고 계절의 감각을 찾고 산뜻하게 회복한다
신미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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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첫 문장에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후회한 일들의 나열로 잠시 괴롭다가도 새로운 인생 설계에 집중하며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꾸며 투두리스트와 버킷리스트로 꽉 채우고, 내일을 기다리는 일에 행복을 쏟아붓는 상상을 할 것 같다. 왜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내일을 꿈꾸데 무조건적인 행복이 충만할 거라 생각할까? 살날이 많아서? 전생에서 잘 사는 법의 힌트를 얻어서?

삶에 득이 되는 요소가 충만하면 사는 게 편하고 행복 또한 쉽게 이어진다. 다시 사는 인생에서는 만만한 출발선을 제공받아 도전에 대한 자신감 또한 수직 상승일 테다. 그런데 인생의 고비 없이 만족감을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

어차피 인생은 다시 살 수 없고 현생에서 만족하는 삶을 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신미경 작가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의 골디락스를 찾아서 ‘요가, 숲, 차’를 매개로 하는 소소한 웰니스 라이프에 대한 기록을 소개한다. 나의 몸을 존중하고, 계절의 감각을 찾고, 산뜻하게 회복하는 일상의 차분한 행복 유지가 다시 사는 인생의 설레는 행복을 이긴 느낌이다.

‘요가, 숲, 차’
느긋함과 평화로움의 상징처럼 다가왔다. 단숨에 필요한 건 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요가와 명상으로 낯선 목적지에 가더라도 집 같은 편안함이 새로운 환경이 주는 설렘 위로 덮일 만큼 쉼의 달인이 된 신미경 작가님.

몸이 경직될 때 온 힘을 다해 웃고 나면 긴장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지며, 모든 일이 잘 풀릴 거 같은 긍정감이 스민다고 한다. 즉각적인 이완과 긍정적인 마음까지 단번에 심어주는 일은 쉽다며 “마음으로도 웃고 간까지 웃어라” 라고 영화 대사를 인용한 부분에서 느슨함에 몸을 맡기고 있다가 누군가가 상쾌한 박하사탕을 입에 넣어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간에 눈, 코, 입을 새겨 삐죽삐죽 웃는 상상을 해봤다. 생각만으로도 웃기다.

이 책은 몸의 감각을 깨우는 요가로 몸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하며, 좋은 컨디션이란 보이지 않는 공기, 온도, 습도, 냄새, 소음을 관리할 때 찾아온다는 걸 깨닫고 여러 전문적인 도구와 식물로 세심하게 환경을 정비하여 집을 숲에 온 기분에 가까워질 정도로 꾸미는 치유의 공간을 소개한다. 차 한잔 우려 마시며 멍하니 앉아 손에 쥔 따스한 찻잔의 온기가 알게 모르게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일상의 위안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이어간다.

번아웃과 인생 권태기로 지친 이들에게 지금의 감정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불필요한 긴장을 내려놓는 데 도움이 되는 ‘요가, 숲, 차’라는 셀프 복지를 소개한 책이다. 내 삶을 다스리는 건 나 자신이다. 내게 필요한 복지는 무엇인지 찾아 조금씩 천천히 인생을 스케치하다 보면 언젠가는 풍성함에 익숙한 내가 되어있지 않을까?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제자리인 사람과 조급함에 일이 잘 안 풀리는 분께 느슨한 마음의 위력을 안겨줄 ‘요가 숲 차’를 권한다.

*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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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뒷발이냐옹 마성의 고양이 힐링 사진집 3
PIE International 지음 / 아르누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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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이 늘어져 쿠션의 가장자리를 넘어선 뒷발을 손가락으로 기타 치듯 딩딩 거리면 핑크빛 발바닥이 꼼지락거리며 인사를 한다. 어디서든 인절미나 찹쌀떡처럼 쫀득쫀득 귀엽게 쏟아진 냥이의 모습에 뒷발은 귀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뒷발을 모으고 단잠에 빠진 냥이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다. 포동포동 알알이 박힌 발바닥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보들보들 참 기분 좋다. 사람처럼 천장 보고 누워있으면 통통 튀기 좋게 꼬물거리는 뒷발을 볼 수 있다. 한쪽 뒷발만 들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모습은 또 어떤가. 세상 태평한 자세를 자랑하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양말을 신은 고양이 ‘삭스’는 미국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 정권 시절에 백악관에서 기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양말 신은 고양이라며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일명 도둑고양이로 유명한 폼의 ‘나비’로 블랙과 화이트가 썩인 평범한 고양이인데 백악관 출신이라 그런지 근엄해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의자에 앉아 찍은 사진의 삭스는 각도까지 일품이다.

고양이가 발을 쭉 뻗어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자세는 가장 편안한 상태라고 한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집에서 뒹구는 것만큼 편한 건 없나 보다. 점프하기 위해 뒷발을 힘껏 내리칠 때의 모습은 귀여움은 사라지고 고양이과 동물 본연의 기질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참 멋있다.

궁디팡팡하면 뒷발을 통통 거리는 냥이들이 이 책에 한가득이다. 마음이 말랑해지고 기분 좋게 차분해지는 느낌을 선물해 준 ‘누구 뒷발이냐옹’이다.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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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 - 어느 물리학자의 낚시, 생명, 우주에 관한 명상록
마르셀로 글레이서 지음, 노태복 옮김 / 지와사랑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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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를 위아래로 휘두르며 상상 속의 지휘자가 된 마르셀로는 낚시에서 발견한 놀라운 자유를 과학 연구와 연관시키길 좋아했다. 가치의 발견은 시도하는 데 있기에 끊임없는 발견 과정을 여는 과학에 참여한다면 존재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도 가능하리라 믿었다. 해가 떠올라 이슬처럼 맑은 아침 풍경에 햇살을 비추는 광경은 천국을 떠오르게 할 만큼 성과 없는 낚시에도 만족을 주었다. 우주, 생명, 자연을 이야기하는 과학자로, 플라이낚시 기법과 인생살이를 배우는 성실한 견습생으로 오롯이 나로 존재하게 해주는 두 가지 활동을 결합해 독특한 방법으로 여행 체험기를 펴냈다.

“우리는 의미가 필요하고 의미를 찾으며 의미에서 영감을 받는다.”

인간은 의미에 집중한다. 마르셀로가 의미를 찾는 데 집중한 플라이낚시와 물리학은 자아의 지속적인 불안 상태, 드러내야 할 존재론적 가려움의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불안과 가려움을 멈추게 할 가능성을 탐구한 기록인 것 같다. 존재와 생성은 줄곧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여러 면에서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논란은 일종의 지적인 고집에서 생기므로 삶의 경험을 통해 깨닫는 게 중요하다. 자연이 주는 이점에 눈을 뜨면 삶의 의미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열린다. 물론 예상치 못한 발견도 함께하여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미지의 세계를 포함시켜 우주라는 광활한 아름다움 속에서 헤매게도 한다.

“내게 플라이낚시는 인생의 간절한 변화를 위한 입구였다. 강과 산이 나를 부르고 있었기에 거기로 가야 했다. 세계로 나가서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길을 찾아야 했다. 이 책은 모든 진지한 헌신이 그러하듯이 자기 발견의 여정이다.”

잡은 물고기로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다시 풀어주는 행위로 제로의 상태로 돌아갔다 생각하겠지만, 고요히 물속을 가로지르는 생명체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면, 단순한 아름다움으로 뜻밖의 것을 알아내기 쉬울 것이다.

*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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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기 전에
권용석.노지향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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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방식이 달라진 사랑하는 사람의 흔적이 가슴 아프게 자리했지만, 곳곳에 남겨진 그의 선한 영향력은 슬픔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죽음이 구체적인 가능성으로 다가왔을 때 생각의 혼잡과 충돌로 소통의 교류가 막혀버리고, 시간의 퇴적을 들춰보는 일에 열중하게 된다. 살날은 무섭기에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는 일이 심적으로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삶은 과거와 미래만 있는 게 아니다. 제일 중요한 현재를 사는 일의 외면은 죽음을 앞둔 자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이 책은 다가올 죽음과 타협하며 사랑 가득한 현재를 살아가는 검사와 변호사로, 행복공장 공장장과 암 환자로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선한 사람 권용석의 유고집이다.

수술은 잘 끝났고, 건강도 많이 회복되어 관악산을 다시 찾은 저자는 봄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의 흐름을 깨우치는 일은 아주 단순하다. 그저 한 번 더 쳐다보고 시간을 두고 머무르면 된다. 삶을 살아내느라 바쁜 현대인은 자연이 주는 세상의 이치를 얼마나 놓치고 사는 걸까? 하지만 세상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바뀐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얼마나 기쁜지. 변화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면, 모든 변화를 기쁘게 맞이하겠다는 저자의 말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죽음까지 다 받아들이는 것이니. 인정에 있어 어쩔 수 없다는 결론보다 변화로 해석한다면 생의 이어짐이 더 자연스럽고 위안이 되는 것 같다.

갈등과 이혼 위기도 많았지만, 마지막 5년은 종일 붙어 지냈음에도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만 확고히 자리 잡아 사랑이 뭔지, 살면서 할 일이 뭔지 깨달았다는 부인 노지향 님. ‘그저 사랑할 뿐’이라고 남긴 말에서 후회와 진심, 아픔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죽음 앞에 나약해지는 건 병든 몸뿐만이 아니었다. 사랑의 포용은 절대 약하거나 작은 게 아니지만 죽음이라는 예외는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모든 게 영원할 것처럼 산다. 모든 게 변하고 사라져 없어지는 당연한 진리를 외면한다. 누군가의, 무언가의 부재를 진정으로 떠올릴 수 있으면 삶이 달라질 텐데”

부재를 앞당겨 실감하는 일의 기쁨과 슬픔을 잘 안다. 존재의 소중함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최고의 사람과 마지막까지 최고의 사랑을 나누며 함께한 시간이 수놓듯 장식된 그림과 함께 차분하게 이 책에 담겨 있다. 긍정적인 삶,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그리고 위로를 받는 일보다 위로하는 일을 배우고 싶은 분께 권용석, 노지향의 ‘꽃 지기 전에’를 권하고 싶다.


(남편은 홍천길을 위해 더 살아낸 건 아닐까요? 눈물겨운 해피, 토리와의 재회, 그렇게 사랑하는 행복공장과 마주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요. 잘하셨어요. 노지향 님)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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