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다. 벗어날 줄 몰라 후회한 선택을 반복하고 더 잘 이해하겠다는 말로 참아내는 사람으로 보였다. 살다 보면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찾아오겠지만 예전처럼 기를 쓰고 이해하지 않고 그저 이해 안 되는 것들을 곱씹으면서 살겠다는 작가님의 말에 화병을 자처하는 것 같았다. 책 표지처럼 힘없이 앉아 받아들이기만 하는 삶을 선택하면서 무엇보다 다행이라고 하는 말이 참 속상하다. ‘다행한 불행’에서도 느꼈지만, 평범한 삶을 목표로 삼을 만큼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남들처럼 사는 게 행복이라니, 남들만 왜 행복한 건지. “네가 그렇게 흐릿하게 구니까 당하는 거라는,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암시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이 사이다같은 말언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쉽게 조언한다지만 신중해서 경험이 없는 것 아닐까?하루도 빠짐없이 인사불성이 되는 그를 보며 끝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 허우적거리며 ‘너 죽고 나 살자’ 소리치는 일은 위로가 전혀 안 되었나 보다. 텁텁한 고구마를 입에 넣고 동치미 국물이 간절하지만, 목구멍이 꽉 막힌 채로 꾸역꾸역 잘도 삼킨다. “어차피 큰 파도가 밀려올 것을 안다. 도망치고 끌려다니지 말고 파도가 오는 것을 똑바로 보면서 그 위에 올라타야 한다.”재결합을 통해 욕망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커다란 대가를 치르는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처한 괴로움 속에서 살아보니 삶이 얼마나 피곤한지 인생은 스스로 창조하는 즐거움 속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사랑이 지긋지긋하다거나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사실 나는 누구보다 사랑을 믿고 싶은지도 모른다.”사랑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은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득이 되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 손 내미는 건 사랑이라는 사실에 다행이다 싶다가도 한숨만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