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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날 베에게 말을 걸기는 너무 쉬웠다. 마치 운명처럼 편안했다. 솔직히 나는 베가 훨씬 더 나를 경계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어깨 너머로 주위를 살피지도 않았다. 타고나기를 의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나중에야, 아마도 그건 베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늘 이기는데 다른 사람을 경계할 이유가 있겠는가?」
‘자신이 늘 이기는데’
이 언니 쫌 멋있다.
이 멋짐이 좋은 방향으로만 쓰였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자기애가 강한 탓에 무섭고도 무모한 선택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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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푹신한 잔디.
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두운 창문들.
날은 좋은데 건물은 차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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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파란 밤, 잔잔한 잔디.
회색의 돌덩이같이 차가운 건물의 2층,
좌측의 방 하나만이 불이 켜져 있다.
맞다. 『기척』의 장소는 바로 책 커버의 차가운 건물이다.
책의 겉 커버는 낮이고 안쪽 커버는 밤이다.
낮과 밤이 모두 차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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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명작 ‘제인 에어’의
총명하고 선량한 주인공 ‘제인’을 좀도둑으로,
다락방에 갇힌 미치광이 아내 ‘버사’를
냉철한 자수성가 사업가로 그려내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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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향한 두 여성의 냉철하면서도 무서운 질주 속에서
내가 발견한 건 ‘타오르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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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기척』의 시선은 제인이 아닌,
일에 열정적이며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베와
자기관리에 철저한 에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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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자기 자신에게 충실했기 때문에
그 충실한 부분을 내세워 연결될 수 있었다.
접근 의도를 무시한 채 그야말로 불타는 사랑에 빠져버린
두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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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다 잃어도 사랑하는 한 사람과 뜨겁게 사랑할 것인가?
연민을 내세워 비겁하게 뒤에서 부를 축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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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서 말한 멋진 언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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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도서의 서평단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