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굴을 돌린 채 커튼을 쳤고, 그러고는 서서 싱크대를 응시하며, 걷잡을 수 없이 몸을 떨며, 절대로 흐릿해지지 않는 듯한 기억에 압도된 채, 우리 영혼의 남루함과 보잘것없음에 저항하기에는 결국 너무나도 허약했던 나 자신과 다른 많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에 압도된 채, 결국에는 허약함을 느꼈다. - P313
"알 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 P332
고백하자면 나에게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이 잦은 나라이기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그런 곳. 그 정도쯤으로만 알고 지냈다. 너무 가슴아픈 사건이 많이 일어나지만 그렇다고 나의 일상에서 오래 기억으로 남을 만큼은 아니였다. 그렇기에 모순된 감정의 등장인물인 이드리스에게 원망이 들다가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다보면 그 안에 젖어버리기 마련이니까.’ 라며 자기합리화이자 뼈아픈 공감도 했다. 그런 내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3편의 책 ‘연을 쫓는 아이’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 그리고 산이 울렸다’ 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에 한 발자국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아프칸 수도 카불에서 탈출길이 막혀 자식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엄마들이 아기를 철조망 너머 영국군에게 던지며 생이별을 마주하는 기사를 읽고 압둘라와 파리가 떠올려졌다. 지나친 욕심이나 허황된 꿈이 아닌 그저 내 부모, 내 형제 자매와 살아가는 보통의 삶이 무너진 있을 수 없는 비극이 과거의 일로 끝난게 아닌 것이 너무 큰 슬픔이다. 종교는 없지만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뛰어놀며 또 그들의 가족들이 평안하게 살 수 있는 삶을 간절히 빌어본다. 척박한 먼지 속 마른 땅 위에서의 슬픈 눈물은 영원히 끝날 수 있길......
사람들은 인생에서 목적을 찾고 그걸 위해 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삶에 목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은 삶을 살고 나서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목적이라는 것도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것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나는 그걸 다 이뤘으니, 목적도 없어지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 P184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먼저 읽고 아프가니스탄의 아픔과 현실을 더 알고 싶어서 그 다음으로 <연을 쫓는 아이>를 읽어내려갔다. 사실 또 다른 분명한 이유가 내게 있었다. 그것은 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었던 내 마음 때문이였다. 할레드 호세이니가 들려주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참담한 현실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고 고통도 운명인듯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에는 눈물이 흘렀다. 이 참혹한 현실이 끝난게 아니기에......편안하게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읽는 것 조차가 너무나도 죄스러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아플거라 예상했다. 내가 어떤 도움도 주지 못 하면서 마음만 아파하는게 다시 또 내 가슴을 고통스럽게 할 거라는 것도 말이다. 그런데 작가님은 그런 마음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 아픔들을 정성을 다하여 더 다치지 않도록 어루만져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책을 다 읽고 나면 따뜻한 위로를 받는 감정이 든다. “우리 모두 그들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구원해주자. 그러니 너무 미안해만 하지 말아라.”라고 오히려 감싸주는 것 같다. 물론 내 자신이 얻고 싶었던 위로만 받고 사라지는 것 같아서 미안함에 내 맘 편하자고 그리 생각하는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