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참하게 무너진 이 노인은 내 아버지가 아니었다. 몇 달에 한 번, 혹은 몇 년에 한 번 집에 돌아오던 아버지는 저런 모습이 아니었다.
슬픈 일몰의 시간에 어둠을 등에 지고 들어오던 아버지의 쓸쓸한 귀가는, 그 풍경 속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매혹이 있었다. 저녁바람에 날리던 검은 머리칼, 깊숙한 곳에서 형형하게 빛나고 있는검은 눈동자, 구겨진 바지 주름 사이에 숨어있다 아버지가 움직일때마다 아슴아슴 풍겨져 나오던 저 먼 곳의 냄새...... - 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