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의 시대 - 일, 사람, 언어의 기록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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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장강명씨의 책을 읽다가 이 책을 추천했던 부분을 본 기억이 생각나기도 했고 저자의 전작인 대리사회도 흥미롭게 보았던지라 읽어보게 되었다. 대리사회 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저자의 키워드를 잡아내는 능력에 놀랐는데 이번에는 학교나 회사로 전화를 걸거나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까지 담아내며 약간은 다큐스러운 느낌까지 주었다. 빈도수 분석은 물론 워드클라우드 같은툴까지 활용해서 남고 여고의 교가, 교훈 등에 자주 쓰인 키워드를 분석해 이미지화 해서 담아두었기 때문.


뒷부분 아파트 브랜드를 다루는 부분으로 넘어가서는 좀 아쉬웠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인가 본 내용이었기에 새롭지 않았기 때문. 이 분 책인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운 시각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더군다나 요즘은 내가 광고를 안봐서인지 모르겠지만 특정 브랜드 아파트의 모델 및 카피라이트 변천사를 보여주는 부분은 보여주려면 다 보여주면서 전체적인 분석을 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좀 아쉬웠기 때문. 그게 전체 주제인 훈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도 명확히 드러나있지 않았고.


다만 학창시절 나름 학급임원을 몇번 하긴 했는데 초중고대 어떤 시절의 교훈은 커녕 교가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학교설립시기에 따라 시대가 바뀌어서인지 교가 또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걸 새삼 느껴볼 수 있었다는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저자는 중고등학교에도 종종 강연을 가는 모양인데 모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건의로 교가인지 교훈인지를 바꾸었거나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사례에서는 총동문회에서의 반대(80대이신 할머니분들) 때문이었다는 이야기에 사고의 틀을 바꾸는 건 새삼 정말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구나 싶기도 했다. 


교가에 주로 쓰이는 건아라는 단어에는 성별의 개념이 없으나 남성한테만(그러니까 남고에서만) 쓰인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고, 기억이 안나는데 어떤 지역에서는 OO고, OO여고로 나뉘어 있어 단순히 '여'를 떼는 것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부분도 생각지 못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여학교에만 여중, 여고라고 부른다는 것을 넘어(여중은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는 말을 얼핏 들은듯), 여대 또한 시대적 역할이 어느정도 끝난듯 하니 없애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는데 의대나 약대, ROTC 같은 정원 TO를 가져가고 있는 것도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얼핏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건 뭐 책의 주제랑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아무튼 아파트 관련 이야기는 덜어내고 사훈 관련한 부분을 조금더 파고들었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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