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가지 질병으로 읽는 세계사 - 소크라테스부터 덩샤오핑까지, 세계사를 움직인 인물과 사건 속에 숨은 질병과 약 이야기
정승규 지음 / 반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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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인 애거사 크리스티는 1차세계대전 때 약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유독 독약을 통한 살인이 많이 등장한다고. 작품명은 책에는 적혀있지만 여기 옮겨적으면 그것만으로도 추리소설로서는 스포일 수 있으니 적진 않는게 좋겠다. 아무튼 작품은 그 작가의 경험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청산가리는 물론 기억하기도 힘든, 물에타야 반응하는 등의 독약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셜록 홈즈로 유명한 코난 도일만큼이나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포와르 경감과 더불어 이루어졌다. 재밌는 부분이긴 했는데 그러고보니 이건 제목의 세계사라고 말할만한 부분은 아니네. 


#2. 아무튼 이 청산가리는 2차세계대전 말미에 히틀러는 물론 괴벨스와 그의 아내, 공군총사령관 괴링과 유대한 학살을 주도한 힘러 모두의 죽음과 함께한 자살용 약이었다고 한다. 히틀러 같은 경우 청산가리 앰플을 먹고 권총으로 스스로 마무리를 하긴 했지만 청산가리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 본인이 먹기 전에 애완견에게 먼저 먹여서 죽는걸 확인했다고 한다. 애꿎은 애완견만 불쌍.  또 르네상스 시대 토파나라는 여인은 아무도 모르게 남편을 죽여 재산을 상속받고 싶은 귀부인들에게 비소가 섞인 화장품을 팔아서 남편이 접근할때마다 이를 뺨에 발라서 뺨에 입술로 키스하곤 하던 남편을 서서히 독살시켰다고 한다. 다행인지 나중에 걸려서 감옥에서 고문을 받아 죽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죽은 남편이 600명이 넘었다고.그러고보면 자살이나 독살용 약이 질병은 아니니 이것도 제목이랑이랑은 안어울리네.


#3. 낭만주의 작곡가의 거장 슈베르트는 매독에 걸려 당시 치료제로 믿었던 수은을 많이 섭취해 죽었다고 알려져있다. 당시는 '금성(venus:미녀)과는 하룻밤이지만, 수성(mercury:수은)과는 평생'이라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로 매독치료는 어렵고 오래걸렸다고 한다. 아마도 당시 재력있는 사람들은 그만큼 자유로운 생활을 즐겼을테고 그만큼 성병에 더 많이 노출되었을텐데 이부분을 보며 분명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있을것 같아 찾아보았다. 와우. 매독으로 죽은 유명인. 폴 고갱, 모파상, 알퐁스 도데, 보들레르, 슈만 등. 화가, 작가, 음악가를 막론하고 내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만 이정도였다. 수은이 아닌 진짜 치료제가 더 빨리 개발되었더라면 이들이 작품을 더 많이 남길 수 있었을까. 베토벤도 청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들의 대표작이 바뀌어 우리가 배워야할 이들관련한 세계사적 지식에 영향을 미쳤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4.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나스 소크라는 의사는 특허를 내지않고 인류를 위해 제조법을 무료로 공개했다고 한다. 오늘날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중인 제약사들에게 기대하는 어려운 일이겠지. 몇년 후에는 코로나19가 바꾼 세계사라는 책이 등장하려나. 아니다. 벌써 코로나로 바뀐 세계니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라느니, 위드 코로나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느니 하는 책들이 나오는 세상이군.


#5.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산모들이 출산할때 진통을 느껴야 모성애가 자라고 신앙이 강해진다고 믿어서 마취제로 등장했던 클로로폼을 흡입하는 것을 꺼려했다고 한다. 그런데 영국을 상징하는 여왕이 이 마취제를 사용해 분만함으로써 논쟁이 사라졌다고. 코로나 백신에 대한 부작용을 강조하며 정부 비판적인 여론을 조장했던 언론이 대통령을 비롯해 순차적으로 코로나 취약계층인 노인들부터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도 이러한 행태를 그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오버랩된다. 어떻게 이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유발요소들을 제거할 수 있으려나.


책 말미에 보면 각 챕터마다가 주로 참고한 책들이 친절하게 나와있어 저자가 책의 개요를 잡고 각 챕터를 채우기 위한 여러 자료를 탐독하며 정리했구나 싶었던, 에디톨로지라는 예전 김정운님 통해 접했던 개념이 생각나기도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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