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만이 하는 것 The Ride of a Lifetime - CEO 밥 아이거가 직접 쓴 디즈니 제국의 비밀
로버트 아이거 지음, 안진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잘못되었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밥 아이거(로버트 앨런 아이거의 애칭)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제 3자가 책을 쓰고 전임 회장인 마이클 아이즈너와 밥 아이거의 성공스토리를 다루었으면 모를까. 이 책은 밥 아이거가 디즈니에서만 수십년을 일하면서 평생을 바친 디즈니에서의 커리어 성공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최근 뮬란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디즈니가 별로 안좋은 이야기가 들리지만 디즈니는 세계최고의 글로벌 콘텐츠 기업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그 중심에는 밥 아이거가 있었다. 항상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라는 부모의 가르침에서부터 방송쪽에서 일하면서 훌륭한 멘토를 만나 '완벽에 대한 집요한 추구',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능력(북한입국을 거부하는 국무부와의 협상사례)' 등을 보면서 저자와 함께 성장하는 듯한 느낌으로 재미나게 볼 수 있었고 저자가 한계단 한계단 승진하면서 겪는 리더로서의 선택의 순간과 넓어진 시야를 바탕으로 기존 중앙집권형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노력들은 이게 오늘날 디즈니를 만든 힘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다만 캘거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를 다양한 방법으로 설득해 미국에 유리한 대전을 위해 조추첨을 다시하도록 했다는 사례는 문제되는거 아닌가 싶기도. (공소시효가 지나서 밝혔으려나)


마이클 아이즈너가 퇴진한후 그 자리의 후임으로 내부승진으로 채우느냐 외부에서 영입하느냐의 기로에서 사실상 내부의 유일한 후보였던 아이거가 보여주었던 강단도 인상적이었는데 자신의 요구사항은 명확하게 전달하면서 양보할 수 없는 선을 분명히 하고 계속되는 인터뷰 과정에서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으면서도 디즈니의 상황과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방향을 전달하고자하는 자세는 귀감이 될만했다. 제일 마지막 즈음 결국 반복되는 질문에 한번 언성을 높여 후회했다는 경험이 나오는데 어쩌면 그것또한 좋은 평가를 받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외부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위해 바쁜 스케줄 사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라가 사무실에 도착했더니 몇분 지나지도 않아 상대가 결혼식인가 개인스케줄 때문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너무 황당했다는 부분에서는 가까운 사람들은 누군지 알텐데 참 망신스럽겠다 싶어 피식했다.)


루퍼트 머독의 폭스와 ESPN은 물론 픽사 인수를 위한 스티브 잡스와의, 루카스 필름 인수를 위한 조지 루카스와의 협상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당사자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픽사의 인수협상이 마무리되어 발표만 남겨놓은 직후 스티브 잡스가 밥 아이거를 불러내서 주치의와 아내만이 알고 있다며 자신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왜나하면 최대한 자신이 유리하도록 협상을 마무리한 상태에서 잡스가 도의상 말해주어야겠다고 한 그 시점이 불과 인수발표 30분 전이었다는 것. 잡스답다라는 생각이.


특히 마블인수는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사례로 나오는데 캐릭터들이 구축한 세계관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에 지불한 높은 비용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사례였다. 게다가 흑인이 주인공인 슈퍼히어로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회의적 견해가 헐리우드 뿐만 아니라 마블 내부에서도 있었음에도 블랙 팬서와 캡틴 마블 제작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던 판단은 역시나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졌는데(안타깝게도 최근 블랙팬서의 주인공이었던 채드윅 보스만이 병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다시한번 그의 통찰력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유명한 방송인이 올린 인종차별 트윗이 보도되자마자 빠르게 방송에서 하차시킨 결정과 훌륭한 관리자 한명이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디즈니의 가치에 맞지 않아 바로 퇴사시킨 결정 또한 위기관리 사례였다. 


'우리는 너무도 빈번히 용기가 아닌 두려움에 이끌려 방향을 정한다.'


이런류의 자서전격인 책이 이렇게 재밌기가 보통 쉽지 않은데 의외였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