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수업 - 우리는 왜 소비하고, 어떻게 소비하며 무엇을 소비하는가?
윤태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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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정진영씨의 김씨 표류기나 유아인씨의 살아있다의 주인공이 되지 않는 이상 단 하루라도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혹시 외출을 한번도 하지 않았고 인터넷결제 또한 하지 않아 카드문자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고 소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당장 12시가 지나면 이달의 휴대폰 사용요금은 일할 정산되어 올라가 있을 것이며 보험료 등등 하면 숨쉬기만 해도 돈이 든다는게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써놓고보니 미니멀리즘에 따른 소비절약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오해할 수 있을법도 한데 목차만 보아도 그런 내용의 책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소비 그 자체에 대해 학문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연결지어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 읽고나서 책날개를 보고 알았지만 실제 저자는 연세대에서 소비관련 강의를 하시는 분이었고. 경제적 관점에서의 소비의 1차적 개념을 제외하고는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 정도만 얼핏 알고 있는 내게, 간간히 소확행이랍시고 이런저런 상품들을 구입해보곤 하는 내게 소비에 대한 식견을 넓혀주는 기회를 갖게해준 책이었다.


유행과 소비와의 관계, 백화점의 탄생과 소비, 예술을 품은 소비, 광고와 소비, 계급과 소비 등 소비를 중심에 놓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는데 인문교양서로서 추천하고픈 책이었는데 몇가지 인상적인 부분을 옮겨보자면.


- 현대사회에서 상류계급이 구별짓기를 위해 찾은 대안으로서 보드리야르는 '반소비' 즉 전략적 검소함을 소개한다. 중류층이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 재벌 총수는 오래된 7000원짜리 국밥집을 찾고, 평사원이 외제 수입차를 타면 재벌 총수는 국산 자동차를 타거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소비하기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소비 중에서도 최고의 소비가 된 것이다.

>>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좀 거리가 있긴 하지만 반소비라는 용어는 앞서 말한 미니멀리즘과 더불어 알아둘만한 용어인듯.


- 몇해전 유니클로가 한국 시장에서 밝힌 매출 목표는 3조 원이었다. 이들의 목표가 그대로 실현된다면 한국에서는 연간 3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 패션 기업 100개가 문을 닫게 된다. 100개의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과 가족들, 그리고 이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더 많은 기업과 그 가족들의 숫자를 헤아리면 순간 눈앞에 캄캄해진다(이 글을 마지막으로 손보는 지금 유니클로는 한국에서 불매운동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한국과 일본 관계의 특수성을 볼 때 유니클로의 고전은 한동안 계속 될 것 같다.)

>> 불매운동과는 별개로 이렇게 따지면 나이키, 아디다스와 프로스펙스, 프로월드컵(아직도 있나?) 같은 관계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 


몇군데 더 있지만 생략하고 마지막으로 책 말미에 실린 부분을 마지막으로 소비할 때마다 이건 어떤 소비인지 생각해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습관을 들여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 보드리야르의 만남을 마치며 그가 우리에게 하고자 했던 얘기를 간단히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는 현대사회의 소비는 특정 사물에 대한 소비가 아니라 기호에 대한 소비, 의미에 대한 소비, 상징에 대한 소비임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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