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의 마이너리그 - 치열한 전쟁의 한 장을 장식한 폴란드, 핀란드, 이탈리아의 참전기
한종수 지음, 굽시니스트 그림 / 길찾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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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려진 강대국 중심의 전쟁사와는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으로 보여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크게 3파트로 나누어진 이 책은 폴란드, 핀란드, 이탈리아가 2차 대전 기간 중에 어떠한 대응을 했는지 어떠한 전투에 참여했었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기술한 책이었는데 은근히 잔잔한 재미가 있어 조금 오래걸리긴 했지만 끝까지 읽어볼만 했다. 시사만화가로 알고 있는 굽시니스트가 그림을 그려줬다길래 만화가 중간중간 있을줄 알았지만 각 나라 인트로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긴 했지만.


사실 완독한 지금도 무솔리니나 가리발디 같은 그나마도 최근에 읽은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폴란드나 핀란드의 장군이나 정치인, 그리고 중간중간 별도의 코너로 소개된, 많은 적기를 격추시킨 우수파일럿이나 저격에 성공한 군인들의 이름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폴란드와 핀란드편에서는 읽는 내내 나라에 힘이 없을 경우 주변상황에 따라 원치 않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순간순간들, 심지어 남의 나라긴 하지만 동맹국 땅에서 조국을 위해 싸우려해도 홀대를 당하는 모습 속에서 국가라는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서, 국력이라는 평소에는 실체를 느끼기 어려운 개념에 대해서 간간히 생각해보고 돌이켜보게 만들어주었다. 


- 폴란드를 다룬 이부분을 보면서는 언급된 쇼핑의 폴로네에즈를 들어보기도 했고 영화로도 알려진 독일 암호인 에니그마 해독에 있어 초기부터 폴란드인의 기여가 매우 컸다는 부분은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었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폴란드군 소령을 초청하여 강의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암호해독 매뉴얼을 만들어 중일전쟁에 사용했었다고.


'독일군은 공격을 시작했지만 치열한 시가전에 휘말렸다. 시민들은 육탄으로 전차를 공격했고 거리는 기관총좌나 저격병들의 근거지가 되었다. 바르샤바 방송도 쇼팽의 폴로네에즈를 방송하면서 바르샤바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시민을 격려했다. 사실 쇼팽은 자신의 심장을 폴란드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했고, 그의 심장은 바르샤바의 성 십자가 성당에 안치되어 있었다.'


- 폴란드를 독일이 침공했다면 핀란드는 소련이 침공했었다. 핀란드를 다룬 부분에서 어이없었던 부분은 미국이 처음에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소련을 비난하며 핀란드를 지원하였으나 나중에 소련과 동맹을 맺고 나서는 소련에 군수물자를 제공, 그중 일부는 핀란드인을 죽이는데 사용되었다고.


'미국에서는 소련에서 수입하던 모피와 캐비어, 목재의 불매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졌고, 민간에서는 핀란드 지원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져 많은 식량과 물자가 핀란드에 도착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0년 2월 미국 청년 회의에서 했던 연설에서 소련의 핀란드 침공을 언급하면서, 소련을 “세계의 다른 독재자들과 다를 바가 없는 독재자가 지배하는 나라”로 비난했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6천만 달러의 차관을 핀란드에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3년 뒤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소련의 동맹국이 된 미국은 38만 5천 대의 트럭과 5만 5,100대의 지프, 1만 4,800대의 항공기, 7천 대가 넘는 전차와 400만 톤이 넘는 군수물자를 소련에 제공해 주었다. 물론 이 중 일부는 핀란드인을 죽이는 데 사용되었다.'


- 이탈리아군에 대해서는 형편없었다는 말만 얼핏 들었는데 알고보니 정말 생각보다 더욱더 형편없었던 군대였다. 제대로된 장비나 보급도 없이 자기 수준도 모르고 독일을 시기했던 멍청한 무솔리니의 지시에 따라 죽어나간 군대만 불쌍했을 따름. 결국에는 죽어서 거리에 거꾸로 매달려지기까지 하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는데 살짝 더 어이없었던건 부인이 아닌 그를 따르던 애인도 자기도 같이 죽여달라고 했다라나. 심지어 패전을 앞두고서는 전범재판을 피하려고 서류를 챙겨 변장하고 도망가다가 고급구두 때문에 잡혔다고. 총살이후에도 분노한 시민들에게 여러번 다시 죽었다고 한다.


'독일 하사관으로 변장한 무솔리니와 일행들은 독일군 수송부대와 함께 오스트리아로 탈출하려 했지만, 경호원 하나 없었다. 그러나 스위스 국경 코모 호숫가에서 파르티잔 대원들의 검문을 받았고, 독일군의 통과는 허용했지만 대신 독일군 틈에 이탈리아인들이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이렇게 이탈리아의 ‘내전’은 동족을 더 미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이다. 무솔리니는 어이없게도 신고 있던 최고급 장화 때문에 발각되었다. 파르티잔들은 무솔리니에게 총살형을 선고했고, 다음날 집행을 결정했다. 여자인 클라레타는 살려주기로 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사랑하는 무솔리니와 함께 죽겠다고 애원했다.'


저자 후기를 보니 반응이 좋으면 헝가리 같은 또 다른 나라를 다룬 책을 낼까도 생각중이라는데 발간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는 아직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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