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 - 의심 많은 사람을 위한 생애 첫 번째 사회학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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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사회학자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눈에 들어와 꾸준히 저작을 챙겨보고 있는 중이다. 사회학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보편성을 기반으로 더 나은 사회를 꿈꾸고 그 꿈을 위해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을,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 대중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사회학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꾸준히 일반 대중을 상대로한 책을 내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책들이 출간되고 있을지도 모를일이긴 하다. (갑자기 오래전 'B급 좌파'라는 책으로 접했던 김규항이라는 분이 생각나는데 최근 출간소식을 들은바가 없어 근황이 궁금해진다.)


얼마전 다른 곳에서 접했던 화난 원숭이 실험이 이 책 앞부분에서 또 등장해서(?) 반가웠다. 사람들의 학습된 무기력을 설명하기에 적합하다며 인용된 이 실험은 다시봐도 자극이 된다. 나는 동료들의 눈치와 조언으로 포장된 순종에 굴복한 무리중의 하나인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몰라도 막대기를 올라가보는 그 한마리의 원숭이인지를 스스로 생각해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조직문화 속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도 의미있는 포인트일 것 같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 


'대안이 없으면 비판하지 마라는 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한국인들은 이 말을 자주 듣고 또 한다. 대안 제시에 매몰될 필요가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정치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은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를 여론이란 이름으로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안 없는 비판은 공허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변화의 싹이 등장하게끔 하는 비료와 같다. 비판은 논리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 대안 제시하는것이 목적이 아니다. 대안은 그 문제 제기가 타당한지를 여러 각도에서 검증한 후, 이를 어떤 제도를 통해해 해결해야 하는지를 행정학과 법학 등 전문 지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작업이다.'


이건 정치 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적용이 가능할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와는 달리 나 스스로가 회사의 구성원이기에, 회사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구성원이기에 대안제시없는 비판은 해서는 안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뭐 직급 등에 따른 영향력의 차이가 있을것 같기도 한데 쉽지는 않은 문제인것 같다. 그러고보니 바로 전에 읽은 '당당한 결별'의 저자 김용섭씨가 강연할때 관리자들 대상의 강의를 진행할때는 '이걸 직원들이 들어야 하는데'라고, 사원들 대상 강의를 진행할 때는 '이걸 관리자들이 들어야 하는데'라고 언급했던 부분이 생각난다.


이런저런 부분들 말고도 우리사회에서 must가 얼마나 남발되는지, 애국심이라는게 어떻게 강요되는지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등 사회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한번 읽어볼만한 책이었다. 우석훈씨의 책들이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사회를 분석한 책이라면 이분의 책은 좀 더 실생활 속에서 생각해볼 꺼리를 던져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직전에 읽어본 저자의 다른 책,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보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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