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과목에서 베이컨이 주장한 네 가지 우상은 빈번한 출제테마였다. 
간략하게 기억해 보기로 한다.  

종족의 우상은 선입견 때문에 진리를 보지 못하는 인간의 경향을 지칭한다.
동굴의 우상은 개인의 성격적 특성 때문에 추론에 오류를 범하는 경우를 뜻한다.
시장의 우상은 우리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용법들이 부적절해서 생기는 언어적 혼동을 의미한다.
극장의 우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방법과 잘못된 방법이 결부디어 있는 철학 체계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를 말한다(장대익,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김영사, 2010. p. 47). 

 베이컨은 진리에 이르기 위해서는 위의 네 가지 우상으로 부터 탈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관찰과 실험에 근거한 자료를 토대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간 고리타분하게 여겨질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 일상을 객관적으로 이끌기 위해
매우 중요한 점점사항들이라 할 수 있다. 고전 독서는 수백 수천년을 견뎌온 지혜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므로 약간의 계획을 세워 읽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에 내가 경험한 종족의 우상은 '국제공항'과 관련되어 있다. 내가 다녀본 국제공항은 국내외를 합하여 10곳 정도 되는 것 같다. 공항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공간이었다. 다만 이용시간이 새벽이나 심야이었던 적은 전무했다.이러한 경험이 종족의 우상을 만든 것이다.
얼마전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5시 정도였다. 버스에서 짐을 내려 공항에 들어가는데 뭔가 이상했다. 입국장이 고요한 것이었다. 유동인구를 찾아 볼 수 없었다.

 공항의 적막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잠깐동안 생각한 결과 우상효과를 깨닫게 되었다.
편견을 형성시킨 정보절차는 경험과 가설 그리고 둘의 결합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 내가 방문한 모든 국제공항은 언제나 유동인구들로 붐볐다.(경험)
2. 지구 전체를 목적지로 정하고 있으므로 공항은 24시간 편의점 체제를 유지할 것이다.(가설)
3. 경험을 근거로 가설을 검증했다는 오류.

공항은 결코 24시간 체제가 아니었다. 공항의 정상영업 개시는 06시 30분이었고 클로징은 22시 정도였다.  공항이용에 참조하시라는 간단한 취지의 내용을 몇 자 적어보려던 취지였는데  길어져 버렸다.

정제된 정보만을 습득하여 누적시키는 자세의 중요성을 베이컨이 깨달은 것이 17세기의 일이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공간도 고전의 영역내에 있음을 발견할 때마다 작은 전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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