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빨랐지 그 양반
이정록 지음, 백영욱 그림 / 문학세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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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지에서 부터 바퀴가 팽그르르 빠르게 돌아가는 듯한 장면은, 제목의 빠름이 어떤 빠름인지를 가늠케 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추억하며 내뱉는 듯한 제목은 애틋함과 아쉬움,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의 여운이 느껴졌다. 마치 오랜 친구의 소식을 우연히 들었을때 처럼, 미소짓다가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저려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그 양반'의 대한 기억으로 시작된다. 무엇이든 빠른 양반은 단순한 빠름의 의미가 아니라, 무엇이든지 빠릿하게 잘하며 사람들에게 미소를 남기는 그럼 사람이었다. 책장을 넘길때 마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얼굴이 발그레 해지기도 아련해 지기도 했다. 어느새 그 빠름이 삶의 끝자락에 대한 은유로 다가오면서, 남겨진 이의 그리움으로 남는다.

이정록 작가의 한 문장 한문장이 '살아있음'의 온기가 느껴지고,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건 백영옥님의 부드럽고 절제된 색으로 이야기를 감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저 한사람의 생을 통해 '속도'와 '기억'의 관계를 고요히 비추어, 독자는 그 양반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묻게되는 거 같다.
"나는 지금 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있을까"

미소와 슬픔을 담고 있는 듯한 이 그림책은 바쁜 일상속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것 같다.

"괜찮아요, 그렇게 천천히 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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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다
황진희 지음, 최정인 그림 / 문학세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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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기척도 없이 제멋대로 바뀌듯

나와 아이의 계절도 그렇게 소리없이 바뀌어 갔다.

언제 이렇게 계절이 바뀌었지? 느낄새도 없이

그렇게 아이도 나도 어느덧 훌쩍 커버렸다...

그 계절을 나는 왜 마음껏 즐기지 못했을까??

『난 엄마다』

나처럼 40대 중반을 넘긴 엄마에게, 그리고 초등학생 아들을 둔 모든 부모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그림책이다

아들 아이와의 갈등이나 일상의 반복 속에서 자주 느끼던 그 무거운 마음, 엄마로서의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이번 책을 통해 조금은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책은 엄마가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려낸다.

아직 새벽의 어둠 속에서 아이는 오줌을 싸고, 거실은 빨래와 설거지로 어질러져 있으며, 바닥에는 아이스크림 자국이 남아 있다

둘째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첫째는 칭얼거리며 엄마의 발목을 붙잡는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마음 속에서 짜증이 터지고 만다.

그때마다 느끼는 무력감, 자꾸만 쌓여만 가는 피로감, ‘나도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 때가 많다.

남편의 무심한 말 한마디도 크게 와 닿고, 그 모든 것에 눌려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 순간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그런 순간에 있는것 같다.

이 그림책은 그 무너져가는 엄마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아이의 작은 손길과 "엄마"라는 단 한 마디에서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아무리 칭얼대고 말썽을 부려도, 그 작고 다정한 손길이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순간, 엄마는 다시 한 번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래, 나도 엄마다"

라는 진심 어린 자각이 엄마를 일으켜 세웁니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들이 있었다.

아이가 나를 부르며 , 와락 안길때 느끼는 따뜻한 울림 같은거 말이다.

이 그림책은 그런 감정을 그대로 잘 담아내고 있다.

엄마가 느끼는 고단함도, 아이와의 갈등도, 그 모든 순간 속에서 쌓이는 감정들이 아이의 작은 손길로 풀려나가는 과정을 보며 다시 한 번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되짚게 된다.

『난 엄마다』는 단순히 엄마라는 존재의 역할에 대해 묘사하는 책이 아니라. 그것은 '엄마'라는 자리가 비록 때때로 고통스럽고 무거운 자리일지라도, 그 속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다시금 세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하다.

봉숭아꽃이 떨어지고 새로운 씨앗이 움트듯, 엄마는 자기를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자리라는 깨달음을 준다.

그것은 단지 내가 '엄마'로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내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을 지니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것 같다.

이 책은 아이를 키우면서, 일과 가사를 병행하며, 끊임없이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분들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또한 자녀가 성장하면서 그들의 자아가 점차 독립적인 모습으로 변해갈 때, 엄마로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상실감을 경험하는 분들께도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엄마로서 느끼는 피로감과 무게가 단지 '힘든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랑이라는 큰 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단지 엄마에게만 해당하는 책이 아니라, 모든 부모들에게 보내는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 일지도 모른다.

이 그림책을 통해 나를 포함한 모든 엄마들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 그리고 조금 더 행복하게, 조금 더 자신 있게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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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치던 밤에 단비어린이 그림책
차영미 지음, 송수정 그림 / 단비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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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일 거세게 내리던 비와 함께 무섭게 치던 천둥과 번개가 치던 나날들이 생각났다.

창밖에 천둥이 크게 칠때면, 어린시절 이불속에 온몸을 웅크리고 두손을 꼭 쥐며 떨때면, "괜찮아, 엄마가 옆에 있어!"라는 엄마의 다정한 말을 해주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런 나의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한 차영미 작가의

"천둥 치던 밤에"


폭우가 쏟아지던 밤, 송이는 벤치 아래에서 작은 강아지

'구름이'를 발견한다.

간식도 내밀어 보고, 다정한 목소리로 다가서지만 송이의 엄마에게만 마음을 여는 구름이.

그러던 중 천둥이 하늘을 가르며 요란하게 울리자 송이는 반사적으로 구름이를 품에 안는다.

송수정 작가의 그림은 송이와 구름이의 순간순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잘 담아내었다.


책을 덮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만약 송이와 엄마가 그날 밤 벤치 아래를 그냥 지나쳤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는 용기를 냈었을까?"

관계의 시작은 언제나 작은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일깨워 준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와 따뜻한 마음을 , 어른들에게는 한때 잊고 지냈던 다정함과 공감 그리고 관계를 이어가는 용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것 같다. 단순히 강아지와 소녀의 만남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타인과 관계를 맺는 첫걸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는것 같다.

천둥치던 그밤, 송이가 내민 작은 손길은 구름이의 세상을 바꾸었고, 구름이는 송이의 마음에 사랑과 용기를 심어준 샘이 되었다.

우리는 각자의 천둥치는 밤을 지나며, 한 번쯤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에 구원 받고 용기를 얻는다.

이 책은 그 순간의 소중함을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려내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것 같은 그림책 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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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 단비어린이 문학
김근혜 외 지음, 배민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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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라는 단어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적이 있었을까 싶다.

나의 사춘기 시절은 당사자인 내가 겪어서 그런지,,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나의 부모님은 모르지만,,하하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을 양육하고 있는 나는, 요즘 들어 아이의 작은 말투의 변화나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사춘기가 오고 있는건 아니겠지? "라는 섣부른 불안함인거 같다.

그래서 인지 단비어린이 문학의 "사춘기 , 우리들은 변신중"이라는 책을 접했을때 ,내 아이의 미래의 시간을 미리 거닐어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타이틀 제목인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중은 여드름, 냄새, 몸의 변화와 같은 사소하지만 민감한 문제들이 등장하고, '단추 다이어트'에서는 다이어트를 하며 마음까지 조이는 아이들의 속마음이 그려진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솜사탕"은 첫사랑과 질투라는 낯설고 설레는 감정을 담고 있고, "줄무늬 원피스와 줄무늬 원피스"는 친구와 경쟁하며 우정을 배우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너도 사춘기니?"는 친구사이의 오해와 화해를 통해 한뼘 더 자라나는 마음을 보여준다. 다섯명의 작가가 그린 이야기들은 마치 다섯빛깔의 거울처럼 아이들 한명 한명의 마음속 깊은 곳을 비춰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책을 읽으며 느낀건 '사춘기의 흔들림은 부족함이 아니라 성장의 증거라는 것' 우리 아이들이 겪는 작은 고민과 불안은 모두 자라나는 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 졌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시절의 서툴고 어설펐었던 내 모습이 여전히 가슴 한켠을 울리는것 같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너는 잘하고 있어"라는 말 대신 그 마음을 함께 느껴주며 토닥토닥 해주는 이야기 같았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아이의 변화를 이해하고 마음의 문을 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너희들의 변신은 두렵지 않아! 엄마가 함께 네 옆에서 걸어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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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질 거야 단비어린이 그림책
이강희 지음, 이욱재 그림 / 단비어린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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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 사는 주인공 고양이 시점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어느날 해변에는 낯선 쓰레기들이 하나둘 나타난다. 깔끔하고 평온하던 마을은 점점 달라진다.

현재의 우리들의 이야기를 제일 잘 드러낸 그림책이 아닌가 싶다.

더 나은 환경 더 나은 시설, 즐거움을 위하는 일이 결국은 우리에게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오고 있는 지금을 말이다.

이욱재 작가의 밝고 부드러운 색채로 해안 풍경을 아름답게 표현하면서도, 쓰레기 장면에서는 톤이 가라앉아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또한, 페이지 마다 적절한 여백과 여운을 남기는 레이아웃은 아이들이 읽으며 생각할 공간을 여유롭게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아이는

"정말 마을이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누군가의 작은 행동이 마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등의 여러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책이었다.

다정한 시선과 섬세한 표현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이강의 작가의 신작 그림책이다. 단순한 환경동화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용기'를 전하는 작품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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