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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힘이 셀까? ㅣ 단비어린이 시집
군산 서해초등학교 2학년 3반 어린이들 지음, 송숙 엮음 / 단비어린이 / 2026년 2월
평점 :
꽃샘추위가 살짝 발끝을 간지럽히는 3월의 길목에서, 마음 한구석을 몽글몽글하게 데워줄 참 귀한 시집 한 권을 만났어요.
바로 단비어린이에서 출간되고 송숙 선생님이 엮으신 어린이 시집
<나는 왜 힘이 셀까?>예요.
매번 출간 될때 마다 읽어왔던 시집이지만, 군산 서해초등학교 아이들이 직접 쓰고 그린 이 시집은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맑은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한 기분 좋은 여운을 늘 남겨주더라고요.
이 시집은 꾸며낸 미사여구보다는 아이들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날것의 언어들이 가득해요. 특히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박하은 어린이의 시 「나는 왜 힘이 셀까?」를 읽을 때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답니다.
"
내가 힘이 센 이유는
언니 오빠를 이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니 오빠를 이겨야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하은, 「나는 왜 힘이 셀까?」 전문
먹고 싶은 것을 사수하기 위해 스스로 힘이 세져야만 했던 동생의 절실함(?)과 천진난만한 논리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엄마의 입장에서 보니 우리 아이들도 혹시 나름의 이유로 저렇게 주먹을 꽉 쥐고 세상을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딛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어요.
아이들의 시선은 때로 어른들의 복잡한 생각을 단숨에 정화해 주기도 하죠.
이한빛 어린이의 「오랜만에 학교에 간다」 같은 시들을 읽다 보면, 등굣길의 설렘이나 평범한 일상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커다란 축제인지를 새삼 깨닫게 돼요.
삐뚤빼뚤하게 그려진 삽화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급식 시간의 메뉴를 기대하거나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사소한 순간들이 아이들의 우주에서는 얼마나 반짝이는 진실을 품고 있는지 다시금 보게 된답니다.
사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너무 거창한 기대를 하거나 결과만을 강조하며 살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송숙 선생님은 있는그대로의 그 리듬을 잘 드러내게 해주셨어요.
아이들의 시선'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함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밀도 높은 작품이에요.
이 시집은 잠시 멈춰 서서 아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아요. 아이들의 진심이 담긴 시 한 편 한 편을 읽다 보면 어느새 차갑게 굳어 있던 마음도 말랑말랑하게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답니다.
이 책은 아이와 부모가 서로의 마음 지도를 펼쳐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징검다리가 되어줄 거예요.
오늘 저녁에는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두고 아이와 나란히 앉아 이 시집을 펼쳐보시는 건 어떨까요? "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힘이 세다고 느껴?"라고 다정하게 묻는 그 순간, 여러분의 거실에도 아이들의 순수한 감수성이 꽃피는 행복한 발자국이 꾹 남겨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