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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보다 요리였어 - 신의 직장을 벗어나 주방에서 찾은 진정한 꿈과 행복
안주원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5년 5월
평점 :
구글보다 요리였어
(가슴뛰는 일을 찾아서)
'꿈의 직장 구글을 그만두고, 맨몸으로 요리를 시작한 20대 중반의 여성'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꽤나 호기심이 생길만하다. 그리고 그 여성은 어떤 요리를 만들고 있을지 한번쯤 맛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책은 이 특별한 이력을 가진 안주원의 에세이이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Chapter 1 구글이라는 정글에 들어가다
Chapter 2 탈출구로 시작한 요리와 사랑에 빠지다
Chapter 3 26년 만에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길을 걷다
Chapter 4 불과 칼의 놀이터, ‘희열치열’ 주방의 세계
Chapter 5 현실에서 꿈이 들어갈 자리 찾기
이 책은 요리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저자의 인생에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저자의 전직장인 구글에 대한 이야기 약 삼분의 일, 회사를 그만두고 요리여행을 했던 이야기가 약 삼분의 일, 셰프수업을 받고 식당에서 일하는 이야기가 삼분의 일정도 된다.
그리고 나는 뒷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리보다는, 저자가 회사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에 대해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반면에 뒷부분의 요리관련된 내용은 평이하게 읽혔던 듯하다.
실제로 나는 요리에도 관심이 아주 많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요리사가 되기위한 교육이나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룰때에는 관심이 뚝 떨어지는 것을 보니 요리사는 나와 맞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도 하나의 수확이다.
요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음식을 만들면서 자신의 철학이 녹아있어야 한다.
저자도 그러한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저자의 도전은 아직 진행중이다. 저자의 용기와 도전은 나에게도 자극이 된다.
언젠가 '안주원' 세프의 요리도 먹어보고 싶다.
덧붙임
1. 구글은 연봉도 연봉이지만, 기타 보너스가 상당한 모양이다. 툭하면, 축하한다고 보너스를 두둑히 챙겨주니, 외국계기업에 근무해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런 보너스가 나온다면 진짜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예상이 가능한 연말 성과급은 뭔가 깜짝 선물이라는 느낌이 없으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직원이 고만고만한 금액을 받으니까 감동이 덜하다.
2. 최근 회사도 그렇고 나의 경력도 그렇고 기로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조만간 자의든 타의든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이 책과 저자는 나에게 시사점을 준다. 다만, 아직 내가 저자정도의 열정과 용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본문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요리사로 첫 걸음을 내디딘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은 이 시점에서 이 책을 내기로 한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바로 나에게 도움을 준 다른 분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내 경험을 통해서 위로를 나누고 싶은 것. 이 세상에는 해야 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끌리는 일들에 슬쩍 박을 담가보며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는 여유를 조금씩 챙기다 보면, 머지않아 사회에 이끌려가는 삶이 아닌, 자신이 만들어가는 삶을 누리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지만 결국 나의 제일 무거운 짐은 지금 '안정적인' 삶에 대한 미련이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었다. 요리사가 되든 소믈리에게 되든, 과연 지금 내가 가진 걸 버리는 것이 맞는 걸까. 그만두어도 괜찮을까. 내 주변에는 다들 가던 길을 묵묵히 가고 있을 뿐, 아무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없었다. 현대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겪어보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이가 필요했다.
한달 후 정식당에 복귀한 나는 타성에 젖어 영혼없이 일을 하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재료를 다듬든, 육수를 내든, 밥을 볶든, 음시을 다룰 때마다 떠오르는 아빠 생각에 마음이 포근했다. 요리는 더 이상 나를 증명하고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다. 요리는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던 아빠와의 기억을 추억하고 보고싶은 그리움을 달래는 의식으로 변해 있었다. 더 이상 아빠에게 음식을 해줄 수는 없게 되었지만, 아빠는 떠나면서 나에게 음식에 사랑을 담아내는 비결을 알려주었다.